골프/빈스윙 칼럼

해품달의 뇌 구조와 초보골퍼의 뇌 구조

빈스 윙 2012. 3. 20. 07:30

인기리에 종영된 해를 품은 달에서 왕세자 이훤이 연우에게 한 눈에 반해 버렸지만, 연우가 계속 피하자 내관 형선이 허연우의 뇌 구조를 그려 왕세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화제였다.

 

내관 형선은 "연우 아가씨의 머리 속에는 오라버니인 허문학이 7할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2할은 양명군이, 1할은 차가운 궁궐 남자 김제운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훤은 작게 찍힌 점을 가리키며 "저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형선은 "세자 저하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훤은 "내 존재감이 저 눈곱만한 점밖에 안 되느냐!" 라고 흥분했지만 형선은 "도둑으로 오인 받으셨으며 스스로 내시라 칭했으니 허연우 아가씨에게 세자 저하는 도둑 혹은 내시일 것이다" 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MBC '해를 품은 달' 화면 캡쳐]

 

그럼 초보골퍼들의 뇌를 골프라고 가정했을 때, 초보골퍼들은 허문학에 해당되는 7할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을까? 내 생각에는 오직 비거리에 대한 욕심이나 롱게임으로 7할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성골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여성초보골퍼의 경우는 아마도 예쁜 스윙 폼으로 7할을 채우고 있지 않을까 한다.

 

2할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숏게임이나 방향성 정도가 될 것 같고, 1할은 퍼팅게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럼 해품달에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낸 눈곱만한 점은 초보골퍼에게 무엇일까? 아마도 골프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코스운영전략이 아닐까 한다.

 

모든 초보골퍼들이 이와 같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을 해품달에 나오는 연우 아가씨의 뇌 구조에 빗대어 얘기한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이 7할은 드라이버나 풀스윙 연습 혹은 거리를 내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어프러치 연습과 퍼팅 연습을 한다.

 

하지만 고수들의 연습을 지켜보면 거리를 내기 위한 연습은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주로 방향성 위주로 연습을 많이 하고, 특히 숏게임 연습에 치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샷을 하지도 않는다. 목표지점을 이리 저리 바꿔 가면서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연습은 그렇다 치고 라운드를 할 때는 어떨까? 초보골퍼의 경우는 공을 무조건 멀리 보내야 마음이 놓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티샷을 멀리 보내고 나면 기분도 좋고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0~50미터 정도의 어중간한 거리에 자신이 없으면서도 그래도 그린 근처에 공을 보내놔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연습장에서 그랬듯이 필드에서도 무조건 멀리 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티샷을 멀리 보낼 수 있다면 그린을 공략하기가 아주 수월해진다. 그리고 버디 찬스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을 멀리 보내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어가면서 근육이 경직되어 미스샷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생각을 쉽사리 제어하기 힘들다.

 

그래도 최근에 약간의 발전적인 면을 보인 것은 그나마 스크린 골프를 할 때는 멀리만 보내는 샷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샷을 고려하여 제일 자신 있는 거리를 남겨두기 위한 클럽선택을 한다.

 

그 결과 스코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스윙이 예전보다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음 샷을 고려한 적절한 클럽선택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작년 말까지 80대 중반 정도의 타수를 기록하던 내가 올해 들어서는 꾸준히 70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이븐파나 언더파까지 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스크린 골프에서의 전략대로 필드에서도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필드에서도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그린에 가까이 보내는 샷보다 다음 샷을 생각하는 샷을 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은 마치 바둑을 두면서 다음 수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더욱 중요한 것은 가장 자신 있는 거리를 남기게 되니 마음도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다 보니 자신 있는 샷을 할 수 있게 되어 그 만큼 미스샷의 확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눈곱만한 점이었던 코스운영전략을 7할로 채울 수 있도록 나의 골프 뇌 구조를 개조한다면 전략적인 라운드도 할 수 있고 또한 마음 편하게 샷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진구의 뇌 구조 : MBC '섹션TV 연예통신 화면 캡쳐]

[1순위 :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2순위 :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연기][3순위 : 육식 인간이므로 고기]

 

위 사진과 같이 해품달의 뇌 구조가 방영된 이후에 왕세자의 아역 역할을 했던 여진구의 뇌 구조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골프 뇌 구조는 어떤지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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