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는 이유

빈스 윙 2012. 3. 24. 07:30

110타를 깨는 것이 목표였던 왕초보 시절,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왜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고 했을까?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가 났던 시절, 나는 슬라이스가 나는 공을 어떡해 든 잡아보려고 애를 썼다. 그 방법이라야 고작 스윙에 변화를 주어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는 것이었는데,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고 하면 할수록 공은 더 크게 휘어져서 슬라이스가 났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한 라운드에서 10개 가량의 오비를 낸 적도 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정말로 골프채를 부러뜨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 골프채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도저히 골프를 즐기는 상황이 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지금은 약간의 훅 구질을 가지고 있는데, 왕초보 시절과는 달리 스윙을 고쳐서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공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정도에 맞춰서 에임을 오른쪽으로 하고 그냥 편안하게 내 스윙을 한다. 어쩌다가 훅이 걸리지 않고 똑바로 나가면 오른쪽 러프지역에 떨어지고, 훅이 걸리면 페어웨이에 안착하니 오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럼 왕초보 시절에는 왜 에임을 왼쪽으로 할 생각을 못 했을까? 바로 쓸데없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이 똑바로 가거나 조그만 더 왼쪽으로 날아가면 오비가 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내가 그렇게 했지만 왜 그런 걱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슬라이스가 나서 오비가 나는 것은 괜찮고 에임을 왼쪽으로 해서 오비가 나는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말이다.

 

슬라이스가 나는 공을 스윙을 고쳐서 왼쪽으로 보내려는 노력에 하늘이 감동(?)하여 공이 똑바로 나가거나 초보골퍼의 의도대로 왼쪽으로 가게 되면 그때부터 문제는 더 커진다. 공이 왼쪽으로 갈 것을 걱정하여 왼쪽으로 에임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되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공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바람 빠지는 풍선 꼴(?)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정도면 라운드 중에서 스윙을 고치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평소에 슬라이스 구질을 가지고 있는 골퍼가 라운드에서 휘어지는 공을 바로 펴 보겠다고 스윙을 고치는 것은 기름통을 짊어지고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 드는 것과 같다.

 

왕초보 시절에는 아마도 나의 슬라이스성 구질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조금은 창피하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라운드를 하면서 자신의 구질을 인정하지 못하면 라운드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자신의 구질을 인정하자 - http://blog.daum.net/beanswing/133 라는 글에서 악성 슬라이스 구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비 하나 안 내고 81타를 친 후배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후배는 자신의 구질을 확실하게 믿고 인정했기 때문에 아예 에임을 왼쪽에 있는 옆 홀 페어웨이 쪽으로 하고 스윙을 했다. 소위 말하는 관광구를 치는 후배였는데 오비 없이 81타라는 스코어를 냈다.

 

초보골퍼들은 자신의 구질을 인정하지 못하고 라운드 중에 스윙으로 구질을 바꿔보려는 생각이 팽배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 라운드를 즐기려면 자신의 구질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원래 자신의 스윙대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이 라운드 중에 스윙이나 샷에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이 스윙 매카니즘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윙을 고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라운드 중에 스윙이나 샷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스윙 매카니즘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스윙 매카니즘에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라운드 중에 고치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도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라운드 중에 생기는 문제의 원인이 스윙 매카니즘에 있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라운드 중에는 연습장에서의 샷과는 달리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스윙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도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초보골퍼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익히 경험한 고수들이 초보골퍼들에게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고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필드에서의 샷은 연습장에서의 샷과는 달리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하게 된다. 긴장을 하게 되면 근육이 굳어지면서 힘이 들어가게 되어 평소에 연습장에서 하던 자연스러운 스윙을 하기 힘들어진다.

 

드넓은 페어웨이를 보면 마음껏 내지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동원하여 온 몸에 힘을 주어 스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스윙의 문제가 아닌 마음가짐의 문제가 미스샷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로는 필드에서의 미스샷은 미스샷이 아니었다 - http://blog.daum.net/beanswing/430 에서도 언급했듯이 필드에서의 샷은 항상 같은 조건에서 샷을 하게 되는 연습장에서의 샷과는 달리 티샷을 제외하고는 같은 조건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보골퍼는 다음 샷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고 평평한 페어웨이보다는 러프에 공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사지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경사지에서의 샷은 평소에 연습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결국은 경험부족이 문제의 원인이 되는데 스윙이 잘못된 것이라고 착각해서 스윙을 더 엉망으로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에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몇 가지 이유를 종합해 보면, 라운드 중의 스윙오류는 스윙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나 공이나 스탠스를 서는 발의 위치 그리고 경험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라운드 중에 스윙을 고치는 것은 일관된 스윙을 저해하여 그나마 연습을 하면서 만들어온 자신의 스윙을 더 망가뜨릴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보골퍼는 스윙이 안 되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등 스윙에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는 연습장에서뿐만 아니라 필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서든지 공을 제대로 맞혀보려는 마음에서 생기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스윙을 더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맺는다.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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