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퍼의 기를 죽이는 레슨프로, 레슨 효과는?

빈스 윙 2012. 3. 29. 07:30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지 3년 동안 4명의 레슨프로를 만났다. 4명의 레슨프로를 만나면서 정말 고마운 레슨프로들도 있었지만, 레슨을 받으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힘든 레슨프로도 있었다.

 

4명의 레슨프로들의 성향을 보면 크게 긍정적인 프로와 부정적인 프로로 나누어진다. 레슨을 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말로 사기를 북돋아주는 레슨프로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않아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속상한 초보골퍼의 기를 팍팍 죽이는 그런 레슨프로도 있었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마추어 주말골퍼다. 말이 주말골퍼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라운드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게다가 마흔 살이 훨씬 넘어서 골프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스윙을 프로선수들의 수준에 맞춰서 가르치려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프로선수들의 스윙을 제대로 소화하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혹은 젊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으므로 그만큼 체득성이 높은 시절에 골프를 배웠다.

 

중년의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는 골퍼에게 어린 시절 골프를 배운 프로들의 체득성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왜 그걸 못하세요?” 혹은 왜 그게 안돼요?” 라는 말이다. 레슨프로 입장에서는 가르쳐주는 대로 못하는 초보골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가르쳐주는 대로 못하는 초보골퍼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 중년의 골퍼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법이다. 어린 학생들이야 스폰지로 물을 빨아들이듯이 골프스윙을 받아들이지만, 그러한 어린 학생들의 체득성을 중년의 골퍼에게 강요한다고 레슨프로가 원하는 스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년의 골퍼에게 너무 무리한 레슨은 큰 맘 먹고 시작한 골프가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자칫 골프를 포기하게 하거나, 무리한 동작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 물론 중년에 골프를 시작한 골퍼들 중에는 프로선수의 스윙에 버금가는 훌륭한 스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레슨프로가 왜 그게 안되냐고 핀잔을 주는 것은 초보골퍼가 처해 있는 현실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치자. 레슨을 받으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참기 힘들었던 것은 항상 부정적인 말로 레슨을 하는 프로였다. 생각나는 대로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손가락 클릭 운동 한 번 하시고 그 사례를 살펴 보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100타를 못 깹니다.”

초보골퍼의 첫 번째 꿈이 100타를 깨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스윙이 엉망이라도 그렇게 초보골퍼의 꿈을 말 한마디로 짓밟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식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뭐가 그런 식인지 알려는 줘야 하지 않을까?

 

말이라도 “100타는 충분히 깨실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식으로 하면 초보골퍼 입장에서 100타 한 번 깨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후 나는 골프에 흥미를 잃어 반 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했다.

 

비거리가 그렇게 짧아서야 어디 제대로 골프를 하시겠어요?”

지금 생각하니 이 말은 레슨프로가 골프를 몰라도 한참은 모르고 한 소리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초보골퍼 앞에서 자신의 거리를 자랑하려고 한 말이거나.) 물론 7번 아이언으로 100미터 남짓 보낼 때의 얘기니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을 들은 초보골퍼들은 거리가 나야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리고 거리를 내기 위해서 온갖 힘을 다 써가면서 스윙을 하게 될 것이고, 레슨프로가 알려준 동작은 비거리의 환상 속에 가리워져 스윙도 엉망이 되고 거리도 안 나는 악순환을 계속하게 되지는 않을까?

 

골프가 어디 비거리로 하는 운동인가? 물론 비거리가 멀리 나가면 유리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초보골퍼들의 스윙오류 중에서 많은 부분이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얘기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어떤 프로는 레슨을 시작할 때 초보골퍼들에게 거리포기각서라는 것을 쓰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골프장 화이트 티에서 티샷을 180미터만 보내면 보기 플레이를 못할 골프장이 없고, 아무리 초보라도 성인 남자의 경우 드라이버 샷으로 180미터를 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이런 말만 들어도 골프가 쉬워질 것 같지 않은가?

 

고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그립부터 스윙까지 모두 뜯어 고쳐야겠어요.”

정말 맥 빠지는 말이다. 그래도 몇 년을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럼 그전에 나를 가르쳤던 프로는 뭐란 말인가? 내가 그립부터 스윙까지 모두 엉망으로 하는데도 그대로 내버려두었단 말인가?

 

레슨프로 자신의 스윙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마도 내가 하는 스윙이 그 레슨프로의 스타일과 전혀 다른 스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똑딱이부터 다시 하라는 말에 기분이 유쾌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똑딱이 알레르기가 있는 나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문과도 같았다.

 

내가 알량한 자존심을 너무 내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습하러 갈 때마다 어찌나 사람 기를 죽이고 핀잔을 주던지 그 프로 앞에서 도저히 연습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결국 나는 그 연습장을 한 달도 못 다니고 그만 두었다. 골프는 자신감이라는데 그렇게 기를 죽여서야 무슨 골프연습을 하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백날 연습해봐야 소용없어요.”

연습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잘못된 동작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면 올바른 동작이나 연습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비아냥거리는 것도 아니고 꼭 그렇게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한 걸까?

 

내가 레슨프로처럼 골프스윙을 하고 있다면 레슨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좀더 나은 골프를 하기 위해 그리고 좀더 효율적인 연습을 하기 위해 연습장을 찾고 레슨을 받는 것인데, 항상 핀잔으로 일관하고 기를 팍팍 죽이는 말로 초보골퍼의 연습의지까지 꺾을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긍정적인 레슨으로 유명한 하비페닉은 레슨프로는 그저 조력자 역할을 하는데 불과하고, 골프(연습)는 골퍼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하비페닉은 레슨을 하면서 하지 마라’, ‘안 된다등의 표현은 극도로 자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골퍼들의 기를 죽여서 연습의지까지 꺾어 버리는 레슨프로가 과연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골프를 진절머리 나게 하여 초보골퍼들로 하여금 골프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골프 지진아다 보니 받아들이는 속도가 너무 느려 속이 터져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말로 더 열심히 하라고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말에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골프를 하는 초보골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처럼 긍정적인 시각으로 레슨을 한다면 골프를 배우는 초보골퍼들이 좀 더 신나게 골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출연한 레슨투어 빅토리에서 임진한 프로님을 비롯한 모든 프로들의 경우에는 출연자들이 조금만 잘 하면 '굿샷'을 연발하는가 하면 그렇지’, ‘바로 그겁니다.’ 라는 짧은 추임새로 골퍼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지금 나의 골프는 항상 긍정적인 말로 기를 살려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프로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골프레슨을 통해서 골프멘탈의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함께 심어주는 그런 프로님들에게 배울 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코어와 몸으로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의 레슨프로에게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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