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오비가 나더라도 멀리 보내야 한다?

빈스 윙 2012. 3. 31. 07:30

언젠가 연습장에서 같이 연습하는 골퍼들과 좌담회를 연 적이 있다. 좌담회의 주제는 라운드를 하면서 얼마나 코스 공략에 대해서 생각 하느냐?’ 에 대한 것이었다.

 

좌담회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생각하는 코스 공략은 무조건 돌격 앞으로작전이다. 다음 샷을 생각하지도 홀과의 남은 거리도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홀을 향하여 닥공하는 격이다. 돌아갈 줄도 모르고 헤저드 앞에서 쉬어갈 줄도 모르고 오직 홀을 고지라고 생각하며 진군하는 것이다.

 

그럼 초보골퍼들은 왜 거의 모두가 한결같이 무조건 돌격 앞으로작전으로 라운드를 할까? 이에 대한 대답도 한결같았는데, 조금이라도 그린이나 홀에 가깝게 보내놔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내 놓으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그린 근처에서 퍼덕거리면서 뒷땅을 치거나 톱볼로 인해 그린을 넘겨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더라도 최대한 그린 근처에 공을 보내 놓으면 마음이 놓이는 것이 대부분 초보골퍼들의 심정일 것이다.

 

그렇게 그린에 가깝게 보내 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이유가 그린 근처에서의 어프러치 샷을 잘 하거나 자신 있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단순히 홀이라는 목표에 거의 근접했다는 심리적인 안도감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주위에 골프를 잘 치는 골퍼나 경험 많은 골퍼들을 보면 티샷을 반드시 드라이버로만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우드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언을 잡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다. 그것은 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조건 그린 가까이에 보내 놓고 보자는 생각의 발로이기도 하다.

 

프로선수들의 경우에도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운영전략을 세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꽤 많은 스코어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 말은 결국 코스 매니지먼트가 스코어를 줄여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초보골퍼들은 왜 코스 매니지먼트에 관심이 없거나 하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좌담회 결과와 나의 생각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실 골프를 배우면서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알려 주는 프로는 별로 없다. 같이 라운드를 하더라도 대부분 스윙의 기술적인 측면에 국한된 레슨을 할 뿐, 골프의 심리적인 부분이나 코스 운영전략에 대한 레슨을 같이 하는 레슨프로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해품달의 뇌 구조와 초보골퍼의 뇌 구조 - http://blog.daum.net/beanswing/687에서 언급했듯이 코스 매니지먼트는 아예 골프라는 큰 틀에서 제외시켜 놓고 생각하게 된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 기회에 따로 언급하기로 하고,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기 위한 몇 가지 기본조건을 생각해보면 철저하게 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과 확률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골퍼 자신의 비거리나 정확성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홀부터 거꾸로 코스운영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거꾸로 세워보는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 - http://blog.daum.net/beanswing/191에서 언급했듯이 홀에서부터 코스공략을 위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의외로 티샷을 굳이 드라이버로 할 필요가 없는 홀들이 많이 나온다.

 

둘째, 무조건 내지르는 샷이 더 재미있다.

전략적으로 치는 샷을 또박또박 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략적인 샷은 무조건 내지르는 샷이 아니기 때문에 또박또박 치는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렇게 보일 때가 많기는 하다.

 

내가 바라보는 초보골퍼들의 현실은 비거리라는 먹구름 속에 갇혀있다. 무조건 내지르는 샷이 더 재미있다는 말과 함께 나온 말이 오비가 나더라도 멀리가야 한다.’, ‘거리가 안 나가서 골프를 못 친다.’ 이다. 골프 라운드에서 첫 번째 기준을 비거리에 두고 있으니 나머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비거리라는 환상이나 먹구름 속에 갇혀있다 보니 골프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무조건 내지르는 샷이 더 재미있거나 오비가 나더라도 공을 멀리 보내는 골프를 추구한다면 스코어는 포기해야 하는데, 그 날 좌담회에서는 스코어를 늘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샷을 하면서 정작 스코어를 줄이고 싶어하는 아이러니 한 반응을 보였다.

 

골프에 대한 개념이나 철학을 가지지 못하고 언제부터인가 골프가 공을 멀리 보내는 게임으로 인식되면서 벌어지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오비가 나더라도 공은 멀리 보내고 싶고, 그와 동시에 스코어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은 골프의 본질을 벗어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이다. 오비를 내면서 그리고 무조건 내지르는 샷을 하면서 스코어가 좋아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셋째, 순간적인 욕심이 코스운영전략을 무너뜨린다.

작전을 세워서 전략적으로 라운드를 하고 싶은데 막상 필드에서 클럽을 선택할 때는 왜 그렇게 용감무쌍해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나는 초보골퍼 입장에서 가장 솔직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계획은 어중간한 위치에 헤저드도 있고 해서 3온이었는데, 티샷이 너무 잘 맞아서 세컨샷을 헤저드 앞에 까지 보내자니 거리가 너무 짧아서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헤저드를 넘겨서 2온을 하자니 약간의 거리 부담이 생기는 경우 또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십중팔구 과감하게 헤저드를 넘기는 2온 전략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전략을 수정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이기 이전에 티샷이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티샷이 잘 맞아서 생기는 자신감에 약간의 욕심이 더해져서 헤저드를 넘기겠다고 전략을 수정하지만 십중팔구는 헤저드에 빠지게 되는 경험을 했다.

 

스윙 매카니즘과 골프멘탈에서 욕심이 초보골퍼들의 스윙을 가로 막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욕심이 초보골퍼의 코스 매니지먼트도 못하게 가로 막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골프스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내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무조건 내지르는 샷이 더 재미있다고 얘기한 골퍼와 오비가 나더라도 무조건 멀리가야 한다고 말한 골퍼가 만약에 작전대로 진행되는 골프 라운드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맛 본다면 그래서 스코어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다면 무조건 내지르는 샷을 하거나 오비에 개의치 않고 공을 무조건 멀리 보내려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 몸만 잘 쓴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라 머리도 잘 써야 되는 전략적인 두뇌게임이다. 시중에 골프스코어를 줄여주는 방법을 언급한 서적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세상에 저절로 스코어를 줄어주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코스 매니지먼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맺는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4월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아래 뷰온(view on) 손가락을 클릭하시어, 기분 좋은 3월의 마무리와 함께 4월을 출발하는 신호탄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