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어프러치 만큼은 잘한다고 했는데

빈스 윙 2012. 4. 3. 07:30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은 관계로 주로 3온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웨지샷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프러치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지난 주말에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프러치 샷의 감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아직은 누런 잔디가 페어웨이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아마도 잔디의 발육을 위한 조치인 것 같은데 페어웨이 곳곳에 천공을 하고, 모래를 많이 뿌려 놓았다. 그런데 그린 주위에는 모래를 너무 많이 뿌려서 거의 벙커샷을 해야 할 정도인 곳도 있었다.

 

그래서 벙커샷을 하듯이 백스윙을 조금 크게 가져갔는데, 다운스윙을 하면서 백스윙이 너무 컸다고 생각되었는지 움찔거리면서 클럽헤드를 가속시키지 못하면서 뒤땅이 나거나 반대로 백스윙이 너무 작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손목으로 거리를 제어하려는 보상동작이 나오면서 톱볼이 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프러치 샷에서 몇 번을 연달아 실수하고나니, 자신감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평소의 감을 되살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공을 맞히는 것에 급급해지면서 거리감각은 완전히 상실되었고, 스윙크기로 거리를 조절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스윙이 나오지 않고 어딘가 경직된 듯한 부자연스런 스윙동작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골프 공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것은 - http://blog.daum.net/beanswing/524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어프러치 샷을 할 때 가장 생각을 안 하는 편이다. 티샷이나 아이언 샷을 할 때는 최소한 하나 정도의 스윙 키워드를 가지고 스윙을 하는데 비해, 어프러치 샷을 할 때는 공이 떨어져서 굴러갈 거리 정도만 생각하고 스윙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스핀을 많이 걸어서 바로 세우는 샷은 어느 정도 거리가 남았을 때 가파른 스윙으로 탄도를 높게 하면서 구사하지만, 일반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는 런닝 어프러치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앞에 벙커나 헤저드 등의 장애물이 있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공을 띄우려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공이 뜨는 것은 클럽의 로프트 각도에 의해 뜬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공이 떨어질 위치와 굴러갈 거리만 이미지화 시켜서 생각하면 앞에 장애물이 있다 하더라도 굳이 의도적으로 공을 띄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연습장에 들러서 문제점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내 안에 그 놈(?)이 들어와 앉았는지 좀처럼 예전의 어프러치 샷을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연습장에서 똑딱이를 연습하는 골퍼를 무심코 보면서 퍼팅하듯이 하는 어프러치 연습법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라운드하면서 생긴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레슨투어 빅토리에서 연습한 어프러치 샷은 백스윙을 가파르게 해서 스핀을 걸어서 높은 탄도로 공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짧은 거리에서도 그런 스윙을 구사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직은 연습량이 충분하지 못해서 만약에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결과가 아주 참혹해지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어정쩡하게 하다 보니 죽도 밥도 안 된 꼴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도 어프러치에 대한 이론적인 바탕이나 체계적인 개념 없이, 그냥 감으로 하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프러치 샷에 대해서 여러 레슨프로들에게서 배웠지만 그것을 체계화시키거나 스스로 체득하는 과정에서 가지게 되는 느낌 등을 나 스스로 정리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아무런 기준도 없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막연하게 실전에서도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제대로 된 스윙이 아닌 어정쩡한 스윙으로 말이다.

 

골프의 스윙동작을 구현하는 것은 몸이지만, 스윙을 하면서 느끼는 부분과 스윙의 체계적인 개념을 확립하는 것은 머리가 하는 일이다. 몸으로만 하는 골프는 항상 고달프기만 한가보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사상누각처럼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이 정리되지 않은 스윙의 느낌 그리고 개념 없이 하는 체계적이지 못한 스윙인가 보다.

 

머리가 나쁘면 손과 발이 고생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 꼴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써서 골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