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골프세상

빈스 윙 2012. 4. 18. 07:30

많은 골퍼들이 골프하면 오직 골프스윙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인생이 먹고 자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듯이 골프도 골프스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골퍼의 심리를 포함한 인문학,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무기 등을 떠올리며 골프 속에서 인문학을 생각할 수 있고, 인문학을 통하여 골프를 생각할 수도 있다.

 

말로는 골프가 인생을 닮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이 인생의 피상적인 것만 가지고 골프를 얘기하고, 실제로 골프를 통해서 인생을 논하거나 골프의 영역에 인생을 담아두는 골퍼는 별로 없다. 골프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면 골프는 충분히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도 남을만한 게임 이상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얼마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골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을 준비하고 맞게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만남과 이별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골프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드라이버로 공을 멀리 쳐 보내는 것은 만남을 위한 준비일까? 이별일까? 티 위에 있는 공을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이니 이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이별은 홀과의 만남이라는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홀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아니면 골프티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만남과 이별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만, 만남과 이별은 이렇게 같은 공간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이별이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별을 슬퍼하거나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별은 슬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왠지 만남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반면 이별이라는 단어는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한 감정이 퍼팅이나 어프러치를 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어프러치라는 말은 다가간다는 말이다. 만남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된 말이기도 하다. 다가선다는 표현에는 왠지 모를 설레임이 묻어있다. 그리고 지나간다는 표현에는 뭔가를 남겨두고 떠나는 서운함과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우리의 정서는 아쉬움보다는 설레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공이 홀을 지나가는 아쉬움보다는 홀 가까이에 접근하는 설레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서를 가진 골퍼가 공이 홀을 지나가게 퍼팅을 하거나 어프러치를 하기란 많은 연습을 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어프러치나 퍼팅을 길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만남을 따뜻하게 느끼고 이별을 차갑게 느끼는 정서 때문이라면 언어의 비약이 너무 지나친 것일까? 100%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한 정서가 알게 모르게 몸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우리의 감정이나 정서들이 문화를 이루고 그러한 문화가 골프에 반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골프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골프는 절대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생활이고, 매 순간 부지불식 중에 이루어지는 호흡이고, 일상이다.

 

골프 속에 녹아있는 문화에 개인의 철학을 가미하면 그것이 골프철학이 될 것이고,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첨가한다면 골프스윙이 자신의 리듬과 템포를 갖춘 예술적인 동작으로 변모할 것이고, 그 속에 인생의 도를 첨가한다면 골프를 통해서 마음수양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골프를 바라보는 것은 골프를 특별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속에 인생의 삼라만상이 아주 조용히 녹아있다. 그리고 나도 그 속에 녹아있다. 이렇게 나는 골프와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