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는 개념의 스포츠다 - 호튼 스미스

빈스 윙 2012. 4. 25. 07:30

골프는 개념의 스포츠다. 호튼 스미스의 말이다.

 

평소에 나의 블로그에는 개념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골프는 개념의 스포츠다라고 말한 호튼 스미스 라는 프로골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에 버바 왓슨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마스터스 대회의 첫 번째 우승자가 바로 호튼 스미스다. 호튼 스미스는 어떤 의미로 골프를 개념의 스포츠라고 말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먼저 내가 골프를 얘기하면서 개념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 것은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같은 운동에서는 물리학이나 운동역학 같은 개념적인 요소가 양궁이나 당구 사격 골프 등의 운동보다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정적인 개념과 동적인 개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스포츠는 종류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육체적, 물리적 요소보다는 개념적 요소가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경우가 있다. 양궁, 당구, 골프 등 대상()이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스포츠의 경우에는 모든 움직임을 플레이어가 만들어 내야 하므로 개념이 더욱 중요해진다.

 

호튼 스미스의 말은 스윙 모습은 같더라도 생각하는 것이 다르면 구질도 다르다.” 는 뜻이라고 한다. 샘 스니드가 한결같이 같은 폼 그리고 같은 위치에서 높게 치려고 생각하면 높게, 낮게 치려고 생각하면 낮게공의 구질을 고저로 구분해서 샷을 했다는 것은 바로 이 골프의 개념을 잘 설명해 주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골프는 공을 치는(HIT AT A BALL)것이 아니라 공을 쳐내는(HIT THROUHT)것이라는 개념이 바로 호튼 스미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바비 존스도 좋은 스윙의 첫째 조건은 단순함이다. 스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임팩트 순간 볼을 끝까지 쳐내는 것(HIT THROUGH)이다. 결코 볼을 때리는 것(HIT AT)이 아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힘을 뺐는데 거리는 더 나갔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격파시범에서 대리석이나 기왓장을 부숴버리는 투기종목 선수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격파를 하기 전에 기를 모으는 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을 모은다기 보다는 머리 속에 있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같은 잡념을 몰아 내는 과정이다. 그리고 격파물 자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빠르게 내리치는 과정에 격파물이 있을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와 너무 비슷한 개념을 담고 있는 말이다. 위에서 정적인 운동과 동적인 운동으로 구분하여 개념의 차이를 언급했는데, 골프가 정적인 개념의 운동이라 하더라도 그 스윙동작만 놓고 보면 그리 정적인 운동은 아니다. 골프가 정적인 개념의 운동인 이유는 육체의 내부(?)에서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윙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타이밍이나 감각 그리고 느낌 등은 모두 육체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스윙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프로들의 외적인 스윙을 흉내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스윙을 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타이밍, 스윙감각 등은 느낄 수 없다. 우리가 똑 같은 스윙을 할 수 없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특히, 스윙 하는 모습을 구분 동작으로 찍은 사진에서는 부드러움이나 유연함보다는 힘차고 강인한 이미지를 느끼기 쉬워서 사진에서 느껴지는 대로 힘차게 치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이를 악물고 스윙 하는 모습이나, 임팩트 순간에 선명하게 튀어 나오는 팔뚝 힘줄 등의 외적으로 보이는 그런 개념만 가지고 스윙을 한다면 그 스윙은 망가지기 쉽다.

 

미국의 골프 교습가인 봅 토츠키는 이러한 골프의 개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골프는 내면에서만 격렬하게 플레이 되는 게임일 뿐 외관상 조금도 격렬해 보이지 않는 게임이다.” 봅 토츠키의 말대로 어떤 면에서는 골프의 외적인 움직임은 조금도 격렬하지 않고 아주 단순한 동작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동작을 설명하려고 쪼개고 분석하고 해부하고 따지고 들면서 오히려 복잡해지는 것이다.

 

어떠한 개념으로 골프를 이해할 것이냐에 대해 호튼 스미스나 샘 스니드 그리고 바비 존스 같이 역사 속에 남아있는 훌륭한 골퍼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골프가 바깥으로 보여지는 몸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는 개념보다는 육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풍우 같은 격렬한 내면의 변화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나는 포괄적 심리스윙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프에서의 멘탈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 포괄적 심리스윙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부분도 포함한다. 호튼 스미스는 훌륭한 골퍼의 주머니에는 겸손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있다라는 말을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포괄적 심리스윙이라고 부르는 요소들 중에 하나인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격파시범을 하는 투기종목 선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골프에 접근하는 개념은 골프와 관련된 것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 혹은 그 밖에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골프에 접근하는 개념을 찾을 수 있다.

 

골프에 대한 혹은 골프스윙에 대한 혹은 골프에 접근하는 과정에 대한 혹은 골프철학에 대한 개념 등, 그 어느 것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개념을 정리해 둔다면 오랜 세월 함께 하게 될 골프가 나를 배신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골프에 대한 변치 않는 신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