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언제쯤 골프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날까

빈스 윙 2012. 4. 30. 07:30

아마 아직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예비골퍼가 있다면 가만히 있는 볼을 치는 것이 뭐가 그리도 어려우냐고 할 것이다. 아직 골프를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골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착각으로 시작하게 되는 운동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볼을 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렇게 골프에 입문하기 전부터 골프에 대한 착각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암암리에 누구나 가만히 있는 볼을 치는 것이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고, 막상 골프를 시작해서 가만히 있는 볼을 쳐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클럽으로 볼을 맞히는 것이 골프의 전부인양 볼과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골프를 바라보는 관점이 삐뚤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게 착각 속에서 시작한 골프는 골프를 하는 내내 착각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골프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안되면 그것은 골프를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쉽게 배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드라이버 거리가 조금이라도 많이 나간다 싶으면 남자프로들은 몰라도 여자프로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조금 심하면 프로골퍼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빠지기도 한다. 골프가 드라이버 거리만 많이 나가면 다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1년만 지나면 드라이버도 쭉쭉 날리고 그림 같은 어프러치로 공을 홀에 붙여서 약간의 실수를 한다 하더라도 파를 잡는 것은 문제없다고 착각을 하지만, 1년이 2년이 되고, 5년이 되고 그리고 언제 그렇게 될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골프에 입문하고 조금만 헤매지 않고 라운드를 하면 누구나 듣는 얘기가 골프에 소질이 있다’, ‘초보자 치고는 잘 친다’, ‘실력이 금방 늘 것 같다’, ‘골프천재 났다등의 얘기가 아닐까? 그리고 초보골퍼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자신이 정말로 골프천재인줄 착각한다.

 

이러한 말들이 초보골퍼들을 들뜨게 만들고 정말 그런 것처럼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영원히 꿈 속에서 생활하지 않을 바에야 꿈은 일찍 깨는 것이 좋다. 초보시절에 위에 언급한 말을 한 번쯤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이런 말에 현혹되어 정말로 골프를 잘 치는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골프의 불행은 시작된다. 1년만 지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골프가 해를 거듭해도 발전이 없는 이유가 천재인줄 알고 레슨을 받지 않거나 연습을 등한시 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골프에 천재란 없다는 것이다.

 

행여 지금 막 골프에 입문하여 골프를 배우면서 자신의 실력이 너무 더디다고 생각하는 초보자가 있다면 절대로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거의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인 것을 감안하면 빨라도 그리 빠른 것이 아니고 느려도 그리 느린 것이 아니다. 무조건 빠른 진도보다는 늦어도 제대로 배우는 것이 골프를 오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골프를 배우면서 레슨프로에게 혹은 골퍼 스스로 알았다는 말과 깨달았다는 말을 수백 번도 더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알고 알았다고 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알았다는 말을 더 해야 정말로 골프를 알게 될까?

 

많은 골퍼들이 골프가 어렵다는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골프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다. 자신만은 예외이기를 바라거나 자신이 골프에 약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골프에 대한 착각 속에 빠져서 골프의 진정함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착각을 희망의 일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착각은 착각일 뿐 빨리 그 환상 속에 빠져 나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착각도 정도껏 하면 희망의 일종으로 봐 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 빨리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아직도 착각 속에 사는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착각 속에서 살아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착각 속에서 배우고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 골프의 속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