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K팝스타] 음악의 파도 위에서 만난 골프

빈스 윙 2012. 5. 8. 07:30

다음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발행하는 루나골프 5월호에 실린 빈스윙의 글입니다. 글을 쓴 시점이 TOP3가 결정되던 날이어서 약간의 시간적인 차이를 가지게 된 점 양해바랍니다.

 

[루나골프 5월호 / 표지모델 문현희 선수]

 

인기리에 진행되었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다. ‘K팝스타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 말이다. 필자는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더 더욱 아니지만, 요즘에는 그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모두들 어찌나 그리도 노래를 잘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봇물 터지듯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프로그램을 보면 누구는 떨어지고 누구는 살아남고 하는데, 필자는 솔직하게 말해서 누가 더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모르겠고, 이미 떨어진 멤버들을 포함하여 어쩌면 그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에는 왠지 모를 감동까지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 즐겨 듣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골프와 인문학에 관련된 글을 많이 쓰고 있는데, ‘K팝스타슈퍼스타K’ 얘기가 나온 김에 골프와 음악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골프와 인문학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한다. 필자가 이러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은 골프가 음악과도 상당 부분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의 심사평과 필자가 느낀 점을 통해서 음악과 통하는 골프의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즐겨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동안에 나온 심사평을 보면 즐겨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음악이나 골프나 즐기는 것이 최선인 모양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음악의 경우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듣는 사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래는 감정전달의 창구 역할을 한다. 노래를 통해서 서로 교감하는 것이다. 즐기는 모습이나 즐거움은 반드시 기쁜 노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픈 노래 속에도 그 감정이 녹아 들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골프 역시 골퍼 스스로 골프를 즐기지 못하면 고행이 되어 버린다. 골퍼 스스로도 괴롭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동반자까지 괴로워지는 것이 골프다. 그 분께서 오셔서 공이 잘 맞는 날은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고, 하나님, 부처님 그리고 조상님까지 원망스러울 정도로 공이 안 맞는 날에는 옆에서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일희일비하여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그 골퍼는 골프멘탈에서 말하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골퍼이므로 골프를 잘 하기도 힘들고, 골프를 즐기기는 더 더욱 힘들어진다.

 

슈퍼스타K 시즌2 최종결선까지 올랐던 앤드류 넬슨은 지난 달 방송된 KBS 스페셜 다문화 아이들에서 가수를 꿈꾸는 다문화 가정의 한 소녀에게 못하는 것보다 신나는 것이 낫다는 말을 했다.

 

글을 메모해놓고 보니 잘하는 것보다 신나는 것이 낫다를 잘못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차피 당장 잘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지 못한다면 신나게 즐기기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한 말 같다.

 

 

[지나친 긴장과 자신감 부족은 실수를 유발한다]

 

심사위원들은 즐기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긴장하는 것과 자신감 부족을 꼽았는데, 이는 골프와도 100%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골프에서도 지나친 긴장과 자신감 결여로 인해 뭔가 위축된 스윙을 하거나, 스윙을 하다가 마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은 방청객들도 많은 워낙 큰 무대에 서다 보니 극도로 긴장될 수 있겠지만, 골퍼들이야 그렇게 큰 무대에서 라운드를 할 일이 별로 없을 테니 그런 면에서의 긴장은 없을 것이다. 음악에서나 골프에서나 연습한대로 (연습을 안 했으면 긴장이나 자신감 부족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가 보다.

 

노래를 하면서 긴장을 하게 되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그것이 실수로 이어진다고 한다. 초보골퍼들은 언덕 위로 혹은 러프로 날아간 공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골프를 하러 왔는지 등산을 하러 왔는지 헛갈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는 상황에서 하는 스윙은 노래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스샷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호흡을 거칠게 하는 것은 긴장도 있지만, 초보골퍼들은 이리 저리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호흡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노래에 진정성을 담아라]

 

노래를 잘 부르려고 하는 것보다 진심을 담아서 불렀으면 좋겠다는 심사평도 있었다. 이 심사평은 필자가 아마추어 골퍼로서 가장 추구하는 부분이어서 제일 마음에 와 닿는 심사평이였다.

 

심사평을 들으면서 심사위원들은 노래를 잘 부르려고 하는 것보다도 얼마나 감정전달이 잘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진심을 담아서 노래를 하라고 조언했을 것이고, 진심이 담겨 있어야 대중에게 호소력 있는 감성을 전달하는 노래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심사평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골프도 골퍼의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골프는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골프를 잘 치면서 골퍼 자신의 진심을 담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골프실력은 미천할지라도 자신의 진심을 담은 골프를 하는 골퍼가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골프를 하는 골퍼보다 훌륭한 골퍼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진심이란 골프철학이 될 수도 있고, 골프에티켓이 될 수도 있다. 그 진심은 골퍼 개개인이 정할 그 무엇이다. 나는 과연 골프에 어떤 진심을 담고 골프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감정은 경험을 통해서 표출된다. 마음껏 상상하라]

 

심사위원들은 한결같이 호소력 있는 감성과 감정전달에 대한 심사평을 많이 했다. 이별을 노래하는 이가 이별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최대한 이별을 상상할 수는 있어야 그 감성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감정전달의 핵심내용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별 노래를 하기 위해 이별을 경험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조언이나, 이별의 기억이 있다면 그 때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실으라는 심사평은 골프에서도 적용된다.

 

라운드를 하면서 골퍼가 하게 되는 샷 중에는 같은 샷이 하나도 없다. 매 번 하는 모든 샷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샷을 한 경험은 있을지 몰라도 완전히 같은 상황에서 샷을 하게 되는 경우는 티 박스 안에서 하게 되는 티샷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의 경험이다. 라운드 경험이 많은 골퍼의 경우에는 예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샷을 토대로 샷을 하면 되겠지만, 라운드 경험이 별로 없는 골퍼의 경우에는 예전에 상상했던 적이 있는 샷을 토대로 다시 한번 이미지를 그리면서 상상의 경험을 쌓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수십 회를 진행하면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그 골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위에 언급한 몇 가지는 골프 컬럼을 쓰는 필자의 마음 속에도 깊이 각인된 내용들이었다.

 

 

[가수와 관객은 음악에 빠지듯, 골퍼는 집중하고 몰입한다]

 

다음은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가 K팝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음악이라면 듣기 좋은 것과 듣기 어색한 것 정도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노래하는 가수가 서로 어우러져서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리고 가끔은 TV를 시청하던 필자도 그 노래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노래를 듣는 자나 노래를 부르는 자가 함께 음악에 빠지는 것을 골프에서는 집중과 몰입으로 얘기한다. 집중과 몰입을 하면서 골퍼는 자신의 골프세계에 빠져들고, 자신의 골프와 하나가 되고, 자신의 골프와 어우러지는 황홀경이 음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골프에도 존재한다.

 

필자는 음악에서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음악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였지만, 골프를 하면서 내 스스로가 골프와 하나가 되었다고 느껴본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느낌과 그런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느낌은 아마도 골프에서 일정 수준에 오른 고수들만이 그 경험담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낸다]

 

100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80정도의 난이도인 노래를 한다면 아주 쉽게 노래하지 않을까?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노래가 가수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너무 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가수가 노래를 마음껏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술사의 손 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동전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듯이 음악의 파도 위에서 자유자재로 파도를 타고 노는 그런 느낌 말이다.

 

골프도 편안하게 하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안간힘을 써가며 할 것이 아니라, 20~30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70%의 힘으로 스윙을 하라는 말이 그런 의미일수도 있고, 20~30의 여유에 자신의 리듬과 강인한 멘탈을 넣어두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노래하고 스윙 해야겠지만,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한다고 노래와 스윙이 버거워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자신의 역량을 초과하는 스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의 스윙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인 요소가 보이니까 말이다.

 

남겨둔 20~30의 여유는 스윙을 하면서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부분이 아니다. 20~30 역시 스윙의 일부분이다. 20~30은 스윙을 자연스럽게 하고, 미스샷을 방지하고, 좀 더 효율적인 스윙을 하게 하는 스윙의 작은 거인 역할을 한다.

 

음악의 정점에 그리고 골프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느끼는 감정이 있을 것 같다.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나 예술의 정점에 있는 고수들만의 세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음악도 골프도 아직은 그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필자가 이렇게 음악과 골프에서 서로 통하며 교감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 수준의 정점에 있는 분들이야 당연히 그들만이 느끼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범인들은 그 고수들의 생각에 동참하기 위한 과정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필자도 그 속에 있다.

 

세상에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많고, 골프를 잘 치는 사람도 많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 같은 범인들은 나 잘 났네하는 행동을 하기 보다, 그저 머리 푹 숙이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