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라운드 후에 굿샷만 생각하는 이유

빈스 윙 2012. 5. 12. 07:30

프로는 한 개의 미스샷을 줄이기 위해 골프를 하고, 아마추어는 하나의 굿샷을 만들기 위해 골프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프로는 라운드 후에 미스샷의 요모조모를 기억하지만, 아마추어는 오직 잘 맞은 샷만 기억한다고 한다.

 

사실 라운드 후에 사우나를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는 굿샷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는 떠올릴 이미지가 없기도 하고, 헤저드를 보면 예전에 빠뜨린 공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등 사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잘 맞은 샷의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원래 인간은 나쁜 기억이 머리 속에 더 오래 남기 마련이라고 한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 이유는 감정의 처리 문제 때문인데, 감정이라는 것은 느끼면 사라지게 되어 있는데 인간은 좋은 기억이 찾아 오면 그 감정을 마음껏 느끼기 때문에 그 감정은 사라지고 이성적인 기억만이 남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나쁜 기억이 마음 속에 찾아오면 그 나쁜 감정을 느끼려 하지 않거나 마음 한 구석에 숨기려 하거나 잊으려 한다. 그러므로 느끼고 표현하지 않은 상한 감정은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나쁜 기억을 지우려는 데서 더 선명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나쁜 기억을 지우려고 지우고자 하는 대상을 반복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그 기억이 반복적인 학습효과에 의해 머리 속에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나쁜 기억을 지우려고 역설적이게도 자꾸 나쁜 기억을 생각하게 되므로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게 된다는 말이다.

 

그럼 대부분의 골퍼들이 굿샷만 생각한다는 말은 왜 나온 것일까? 개콘 [풀 하우스]에 보면 정경미가 이승윤에게 아들 아니야라고 말하고 부분이 있다. 그리고 쌍둥이 형제가 정경미에게 엄마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도 있다. 정경미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이승윤을 아들로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골퍼들은 자신의 실수와 미스샷을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정경미가 이승윤에게 아들 아니야라고 말한다고 모자관계가 깨지는 것은 아니듯이 골퍼가 자신의 미스샷과 실수를 인정하고 싶다 않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거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미스샷과 실수를 마음 한 구석에 숨기려 하고 감정으로 느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불현듯 예전의 나쁜 기억이 불쑥 튀어나와 멘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제 필드에서 성질을 죽이려고 애쓴다는 타이거 우즈는 필드에서 두 가지 세레머니를 펼친다. 멋진 퍼트가 성공되었을 때 내지르는 어퍼컷 세레머니와 엉망진창인 샷을 날렸을 때 클럽을 집어 던지는 볼썽사나운 세레머니다. 이 두 개의 세레머니는 모두 감정을 폭발시켜 마음껏 느끼고 이성적인 기억만 남기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자신의 골프실력과 스코어가 일치하나요? - http://blog.daum.net/beanswing/719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골퍼들은 실수를 자신의 실력이라는 범주에 넣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한 마디로 어이없는 실수는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멀리건을 받으려고 하는 마음이 바로 이런 실수는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은 마음과 상응하는 마음일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자신의 실력으로 겸허히 받아들일 때 골프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수도 운도 모두 골퍼의 실력이라는 범주에 넣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은 이기적인 생각이 굿샷만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