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가 연구를 위한 연구대상이 아닌 이유

빈스 윙 2012. 5. 14. 07:30

한 평생을 시골에 살면서 약초만 연구해 온 노인이 있다. 그래서 모든 약초의 효능을 다 알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약초의 효능에 대해 알려 주어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정작 그 노인은 병 들어 죽었다. 약초의 효능은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약을 쓸 시기를 놓쳐서 죽었다는 얘기다.

 

여기 골프를 시작하면서 골프에 대해 연구해온 골퍼가 있다. 그래서 골프의 스윙은 물론 운동생리학에 해부학 그리고 심리학과 코스 운용론까지 두루 섭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골프라는 운동의 개념과 스윙원리, 라운드 방법 등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정작 그 골퍼는 라운드만 나가면 거의 모든 홀을 양파로 끝내준다. 골프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스윙을 할 때면 이렇게 스윙 할까 저렇게 스윙 할까 망설이고 궁리를 해서 생각이 꼬이면서 스윙도 꼬이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초의 효능을 많이 알고 있으면 뭐하나, 정작 자신은 약 쓸 시기를 놓쳐서 죽게 되는데. 그리고 골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뭐하나, 정작 자신은 자신만의 스윙이 없어서 스윙을 할 때마다 갈팡질팡하는데…….

 

약초의 효능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정작 아플 때 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골프에 대해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그 내용을 자신의 스윙에 적용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 보았다.

 

골프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실제 스윙에서 적용하는 비율이 떨어지면 질수록 (차이가 많이 나면 날수록)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그 이유는 마음이나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골프가 연구 대상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연습을 위한 연구와 고민은 발전적인 스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몰라도 연구를 위한 연구는 오히려 생각과 스윙을 꼬이게 만들어 자신의 스윙을 만드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골프를 하면 할수록 너무 폼 잡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호에는 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잡아 먹힐 우려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폼은 골프스윙 폼과 아는 체하는 두 가지 모두 다를 말한다. 골프스윙도 너무 멋있고 깔끔하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어딘가 어수룩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할 수만 있다면 멋있고 깔끔한 폼이 보기에도 좋고 스윙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골프를 배우면서 너무 모든 것을 다 알고 지나가려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있는데, 레슨프로에게 너무 꼬치 꼬치 캐물어서 레슨프로를 난감하게 하지 말자는 뜻이다.

 

골프를 학문적으로 볼 때 그렇게 간단하고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 심리학, 해부학, 생리학, 운동역학, 물리학, 생체역학 그리고 그 밖에도 클럽과 관련된 역학 등등. 이런 것들을 전공한 사람도 어려워하는데 레슨프로에게 백스윙을 하면서 사용하는 근육의 움직임과 관련된 근육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프로가 이런 것을 말해주겠느냐 말이다.

 

거의 매일 쓰는 블로그 포스팅이 대부분 나 스스로를 모델로 하여 여러 초보골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이지만, 오늘 이야기는 골프에 대한 유별난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의 독특한 취향을 모델로 써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혹시 나처럼 골프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하려는 골퍼가 있다면 말리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쓴다.

 

그들에게 골프는 연구를 시작하는 순간 스스로를 빠져나올 수 없는 골프의 구렁텅이에 집어 넣는 것과 같고, 스스로 골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마디로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아마추어 주말골퍼에게 골프는 절대로 연구의 대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