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화장실에서는 아이디어와 생각이 잘 난다

빈스 윙 2012. 6. 8. 07:30

 

오늘 제목은 골프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그런 제목입니다. 잠시 골프 얘기를 떠나서 화장실 얘기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화장실에 책이나 신문을 가지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 화장실에 그냥 멀뚱히 앉아 있자면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책이나 신문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가 봅니다. 저만 그런가요? 저의 경우에는 화장실에서 골프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물론 평소에도 거의 모든 일을 골프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만, 화장실에서는 골프에 관한 포스팅 할 내용이 더 잘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굳이 골프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화장실에서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한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계시더군요. 그런데 혹시 그런 경험 있으세요? 변기 위에 앉아 있을 때는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볼 일을 다 보고 나서 변기 물을 내림과 동시에 그 많은 생각들이 모두 변기 속의 물과 함께 떠내갔는지 화장실을 나오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경험이요.

 

아까 분명히 변기 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었는데, 화장실 밖으로 나오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희한한 일들이 저에게는 자주 발생합니다. 물론 나중에 화장실에서 했던 생각이 다시 기억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생각이 온전하게 기억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실에 갈 때는 책이나 신문을 가지고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니 접어두고 스마트폰을 꼭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화장실에서 생각나는 골프와 관련된 포스팅 내용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을 해 두기 위해서죠. 물론 가끔은 이미 볼 일을 시작한 다음에 스마트폰을 챙겨오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입니다.

 

 

골프 블로그에 화장실 얘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골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습장에서 공이 너무 잘 맞고 임팩트 감이나 스윙을 하면서 느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분 좋게 커피를 한 잔 하거나 담배를 한 대 피고 다시 클럽을 잡았는데 불과 몇 분전의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영 어색한 느낌을 받으신 적 없나요?

 

도대체 그 좋았던 느낌은 어디로 간 걸까요? 커피 속으로 녹아 들어간 걸까요? 아니면 담배 연기와 함께 날아가 버린 걸까요? 이런 것이 개그프로에 나오는 골퍼들의 불편한 진실이라면 기분 좋은 진실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똑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 생각은 변기 속의 물과 함께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골프에서의 느낌도 마찬가지로 스윙을 할 때마다 그 느낌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아니 의도적으로 그 느낌을 지속시킬 수 있다면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나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에 그 느낌이 커피잔 혹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초보골퍼입장에서는 스윙을 하면서 느꼈던 좋았던 느낌들이 한 번씩 찾아올 때마다 골퍼의 몸 어디엔가 축적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안정적인 스윙을 할 정도 그 느낌이 축적되면 그 때 비로소 일관된 스윙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차피 스윙을 하면서 느끼는 좋은 느낌을 영원히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그 좋았던 느낌이 떠난다고 해도 억지로 그 느낌을 붙잡아 두려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느낌은 인위적으로 붙잡는다고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그 좋았던 느낌이 한층 더 세련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설이라는 시원한 즐거움을 느끼듯이 그냥 골프 자체를 즐거움으로 받아 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골프 자체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으로 받아 들이는 골퍼는 변비로 고생하면서 배설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다면 욕 먹을 말인가요? (글을 쓰고 보니 자칫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는 언짢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도로 쓴 글은 절대로 아님을 널리 해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은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챙겨가지 못해서 화장실에서 생각했던 골프와 관련된 생각들을 변기 속의 물과 함께 떠내려 보낸 빈스윙의 넋두리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래 뷰온 손가락 추천까지 해 주신다면 더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