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퍼팅이다

빈스 윙 2012. 6. 12. 07:30

 

골프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의 실수 - http://blog.daum.net/beanswing/717에서 언급했듯이 골프가 득점방식의 게임은 아니지만, 득점방식의 게임인 축구나 야구와 비교해서 생각한다면 골프에서는 퍼팅이 축구의 최전방 공격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퍼팅을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어프러치를 잘 하는 것은 최전방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하거나 센터링을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특정 포지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 하듯이 골프에서 드라이버 샷이 더 중요하다거나 퍼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역시 무의미한 얘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득점을 해야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으므로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이 아닐까? (축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득점을 반드시 최전방 공격수만 하는 것은 아니듯이 골프 역시 퍼팅으로만 득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칩인의 경우는 미드필더가 득점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샷 이글의 경우에는 수비수가 득점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홀인원의 경우는 골키퍼가 공을 차서 상대편 골 네트를 흔드는 것으로 보면 될까?

 

칩인이나 샷 이글은 실력도 수반되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축구에서 공격수의 경우 득점의 기회가 많듯이 골프에서는 퍼터로 득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퍼터를 골프의 최전방 공격수라고 생각한다.

 

동네축구를 흔히 뻥축구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축구에서도 패스가 잘 되지 않는 경우 뻥축구 운운하기도 한다. 그런데 골프에서도 뻥샷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는 누구에게 패스를 해서 홀인을 하는 경기도 아닌데 무슨 뻥샷이 있냐고 반문하는 골퍼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골프의 뻥샷은 다음 샷을 생각하지 않는 샷이다. 축구에서는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해 패스를 한다면 골프에서도 마찬가지 홀을 점령(?)하기 쉬운 지점으로 패스를 해야 한다. 막연히 멀리만 보내려는 샷이 뻥축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실수하기 좋은 지점으로 공을 보내거나 골퍼 스스로 애매하게 느끼거나 자신이 없는 거리를 남기는 샷을 하는 것은 축구에서 상대편에게 패스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물론 의도적으로 실수하기 좋은 지점으로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그린에 가깝게 보내야 마음이 편해지는 골퍼의 본능(?) 때문에 다음 샷은 생각하지 않고 멀리만 보내놓고 보자 라는 생각으로 하는 샷은 골프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프가 몸을 써서 하는 운동이기는 하지만 머리도 같이 쓰면 더욱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뻥샷은 날리지 않을 것이다.

 

 

야구의 경우는 어떨까? 야구에서 관객을 흥분시키는 것은 홈런이나 9회말 2아웃 이후의 결승타 정도가 아닐까? 야구는 축구보다 반전의 묘미가 강한 운동이다. 골프 역시 장갑을 벗을 때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전의 묘미가 있는 운동이다.

 

야구나 골프 모두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더라도 한 순간에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반전이 야구와 골프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실에 거의 모든 골퍼들이 수긍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반전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 역시 이렇게 글을 쓰기는 하지만 라운드를 하면서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티샷이 오비가 나거나 뒷땅에 톱볼을 치거나 그린 주위에서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홀을 포기하며 양파를 하지 않아도 될 홀을 기어이 양파로 만든 적이 여러 번 있다. 야구로 말하면 볼 카운트 2-0에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아 있는 기회에서 홈런을 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골프에서의 홈런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홀인원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홀인원을 홈런과 같은 레벨에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초보골퍼에게는 칩인이 홈런이 될 수도 있고 10여 미터 거리에서 쏠랑 들어간 퍼팅이 홈런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맛에 골프를 치는 것 아니겠는가?

 

2온에 성공했다면 2루타를 쳤다고 보면 될 것이다. 득점기회를 만든 것이다. 야구에서는 안타 하나면 득점이 가능하고, 골프에서는 버디를 노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골프에서의 2온은 야구의 3루타에 가까운 성과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야구팬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야구의 1득점과 골프의 버디를 같은 레벨에 놓고 보기가 아까우니까 말이다. (골퍼가 쓰는 칼럼이니 이 부분은 야구팬들의 폭넓은 이해가 있기 바란다.)

 

2온에 실패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야구에서 단타가 있듯이 그리고 그 단타가 모여서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듯이 3온을 했더라도 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께서 소신에게는 아직도 7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3온을 했더라도 7척의 배보다는 작을지는 몰라도 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럼 4온을 한 골퍼는 어쩌란 말인가? 도무지 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그것도 걱정할 것 없다. 야구에서 상대방의 실책으로 출루를 하듯이 골프에서도 상대방의 실수로 인해 거액의 상금을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대목에서 왜 갑자기 김인경 선수가 떠 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럼 5온을 한 골퍼는? 글쎄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5온 아니라 10온인들 못하랴? 그런데 5온을 하자고 골프를 하는 골퍼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5온이라 하더라도 양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삼진 아웃은 아니다. 5 2퍼트로 멋지게(?) 양파를 면해보자.

 

그럼 6온을 한 골퍼는? 이러다 날 새겠다. 6온을 했더라도 양파라는 삼진 아웃을 면할 기회는 있다. 최선을 다해서 양파만은 면해보자. 트리플 보기와 양파는 천지차이니까.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