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세상만사가 너무 쉬우면 오히려 이상한 일

빈스 윙 2012. 6. 17. 07:30

 

 

에이~ 정말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

세상 일이 내 맘 같지 않아

 

사회생활은 하면서 혹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이 듣기도 하고 많이 내뱉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았다고 생각되는 요즘에는 세상만사가 너무 쉽게 풀리거나 뜻대로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많이 한다.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을 사는 동안 좀 더 쉽게 살아보려고도 했고,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랬지만 현실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이라도 깨달은 것일까?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만큼 다른 누군가의 뜻대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다른 누군가가 되기도 하지만 그걸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될 때는 그것을 당연시 여기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만 생각하니 말이다.

 

만약 인생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없다면 인생이 무료해지지는 않을까? 아마도 인생에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음으로 인해서 사는 맛이 더해지는 것 같다. 오르막길이 가파르면 그 만큼 내리막길도 가파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힘든 오르막길을 오르면서도 내리막길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럼 골프는 어떨까? 만약에 골프가 내가 생각한대로 다 된다면?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100미터가 넘게 남은 세컷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샷 이글을 기록하거나, 샷 이글까지는 아니지만 홀 가까이에 붙여서 버디를 하고, 10여 미터의 버디퍼팅이 그대로 홀 안으로 쏠랑 들어간다면 그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하지만 샷 이글이나 롱퍼팅을 성공했을 때 짜릿한 이유는 아마추어 골퍼에게 흔히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프가 생각한대로 돼서 수시로 샷 이글이나 롱퍼팅을 성공시킨다면 그 짜릿함은 반감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골퍼가 생각한대로 골프가 쉽게 된다면 내가 멋진 샷을 날렸더라도 그 기쁨은 반감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골퍼가 멋진 샷을 날리니까 말이다. 생각대로 골프가 된다 하더라도 나 혼자만 그렇게 되어야 빛을 발하는 것이지 모든 골퍼가 생각대로 골프가 잘 된다면 웬만큼 멋진 샷을 구사했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세상 일도 골프도 너무 쉬우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이나 골프가 쉽지 않은 것이 인생과 골프의 묘미가 아닐까?

 

골프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삶을 포기해서는 안되듯이 말이다. 인생역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골프에서도 반전의 묘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골프나 인생이나 모두 힘들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지레 겁을 먹고 골프 = 어려운 운동이라는 등식을 머리 속에 넣어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더라도 살아지듯이 골프도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마음을 가볍게 하고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운동이니까 말이다. 물론 떼돈을 벌거나 스코어가 좋으면 더욱 더 기쁘겠지만 돈을 좀 못 벌어도 살아지듯이 골프를 좀 못 쳐도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골퍼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골프가 안 된다고 그리고 세상 일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골프나 인생이나 즐기는 방법을 알아내서 재미있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