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시력이 좋으면 골프실력에 도움이 될까?

빈스 윙 2012. 6. 19. 07:30

 

40년 가까이 안경을 착용한 나는 평소에 시력과 골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6 17일자 스포츠조선에 야구선수와 시력에 대한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시력이 골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야구선수의 경우는 시속 140km 내외의 빠른 공을 정확하게 때려 내기 위해서는 시력이 다른 어떤 신체조건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안경을 착용하는가 하면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받는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골프선수의 경우 신지애 선수, 노승열 선수, 박세리 선수, 타이거 우즈, 로라 데이비스, 비제이 싱 등의 선수들이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의 경우는 1999년 라식 수술을 받고 그 다음 해인 2000년에 9승을 올리며 상금왕이 됐고, 박세리 선수도 라식수술을 하고 2001년에 5승을 했으며, 로라 데이비스는 라식 수술 후에 바로 출전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와 로라 데이비스 그리고 박세리 선수의 경우만 보고 시력이 좋으면 골프가 잘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시력이 나빠지면서 두통도 있었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타이거 우즈 역시 시력 때문에 두통을 호소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좋아지면 집중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도훈 선수는 집중력도 집중력이지만 티샷을 한 후에 공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잘 알아야 한다. 러프를 깊게 조성하는 대회에서는 공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아무래도 시력이 좋으면 공을 놓치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고,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라식수술 이후에 공과 홀이 커 보인다고 했던 타이거 우즈의 말은 의학적으로 볼 때 안경알 도수가 1디옵터 올라갈 때마다 물체의 크기가 약 1%씩 작아진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5디옵터의 근시안을 가진 사람은 실물보다 약 5% 정도 작게 사물을 인식한다니 라식수술 이후에 공과 홀이 커 보이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한때 골프공이 야구공 정도의 크기만 되어도 공을 맞히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골프공과 홀이 커 보이면 무엇보다도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샷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시력이 나쁘면 그린의 경사도나 굴곡을 읽는데도 어려움이 뒤따른다. 나의 경우는 안경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린의 굴곡을 반대로 읽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거의 대부분 캐디가 알려주는 대로 스트로크를 한 뒤에 내가 잘못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내가 그린을 잘못 읽는 것도 시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전문의의 말에 의하면 안경의 렌즈가 프리즘 효과를 일으켜 눈에 비치는 사물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린이 왜곡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왜곡효과는 렌즈의 중앙부에서 테두리로 갈수록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공 뒤에서 홀을 정면으로 볼 때와 어드레스 자세에서 측면으로 홀을 볼 때 그린의 기울기나 굴곡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골프실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안경을 착용하고 정면으로 볼 때와 측면에서 볼 때 그린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퍼팅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겠지만, 도대체 어떤 것을 기준으로 그린을 읽어야 할지 헛갈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갈등을 하게 되면서 정확한 스트로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티샷을 한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보지를 못한다. 동반자가 친 티샷도 공이 낙하하는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져 버려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시력보다는 구력이 미천하여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은 구력 때문에 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내가 친 공이 떨어진 지점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캐디가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로스트 볼로 처리하고 벌타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오비가 났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쉽게 인정을 할 수 있는데, 경사면을 타고 공이 페어웨이 쪽으로 튀어 내려오는 것을 봤는데 공을 못 찾는 경우는 조금 속이 상하기도 하다.

 

시력은 골퍼의 스윙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력이 좋으면 시각정보가 올바르게 뇌에 전달되어 올바른 운동명령을 내리지만, 시력이 나쁘면 잘못된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잘못된 운동명령을 내리게 할 수도 있는 문제다.

 

물론 필드에서는 여러 가지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시력이 나쁘다거나 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인해서 착시현상이 더욱 심해지거나 거리에 대한 정보가 뇌에 잘못 전달된다면 시력이 나쁜 골퍼는 시력이 좋은 골퍼에 비해서 불리해지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골퍼들에게 시력이 중요한 것은 골프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골프장에서는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므로 시력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시력보호가 더 중요하다. 자외선은 눈과 관련된 각종 질환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눈이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착용하거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주로 먼 곳을 많이 바라보게 되어 시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골프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외선이라는 복병 때문에 시력손상의 우려가 있다니 특히 자주 라운드를 하는 골퍼들은 시력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