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초보골퍼에게 맞는 클럽을 찾는다는 것은?

빈스 윙 2012. 6. 25. 07:30

 

 

골프클럽에 대한 나의 생각은 수시로(?) 변해왔다. 처음에는 월급쟁이 아마추어 골퍼가 수시로 클럽을 바꾸기 힘든 점을 감안하여 웬만하면 클럽에 내 스윙을 맞춰서 사용하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내가 처음 구입한 클럽에 나는 상당한 만족감이 있었고, 클럽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그립이 조금 굵다고 느껴져서 드라이버의 그립만 조금 가는 것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슬라이스가 나던 구질이 점점 왼쪽으로 향하더니 급기야는 훅성 구질로 바뀌면서 샤프트(강도 A)가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슬라이스가 나던 시절에는 나의 스윙이 엎어 치는 아웃-인 궤도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었으니 클럽 탓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스윙궤도가 인-인으로 바뀌면서 구질이 드로우 또는 심한 훅 구질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클럽(드라이버)이 소위 말하는 슬라이스 방지용이라고 나온 클럽으로 클럽 페이스가 약간 닫혀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위 골퍼들의 R이나 SR 강도의 클럽으로 클럽페이스가 닫혀있는지를 확인도 하면서 샷을 해 보았다.

 

일단은 클럽에 마킹되어 있는 R 이니 SR 이니 하는 강도표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메이커에 따라서 SR R보다 약한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R SR보다 강한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클럽에 비해서 약간은 강하다고 느껴지는 클럽으로 샷을 했을 때 훅이 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 만고 내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거리도 늘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샤프트 때문인지 클럽의 특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샤프트 강도는 조금 강한 것으로 그리고 페이스 각은 스퀘어한 클럽으로 바꾸었다. 또 한 가지 바뀐 점은 기존의 샤프트 무게는 50그램 내외였으나 60그램으로 샤프트 무게도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스윙을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샤프트 강도도 강해지고 샤프트 무게도 증가하였으니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클럽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고 있을 무렵,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 같은 스타일의 친구가 내 클럽으로 시타를 해 보고는 클럽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비 같은 스타일의 친구가 클럽이 무겁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정말로 무겁다는 얘긴데, 한 달여 연습을 한 나는 지금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클럽 피팅과 골퍼의 클럽에 대한 적응력 간에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나는 초보골퍼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스윙이 안정되면 자신의 스윙에 맞는 클럽으로 피팅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장비 같은 친구의 말을 듣고 골퍼의 스윙이 클럽에 적응력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클럽페이스 각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클럽을 가지고 있다. 그 두 개의 클럽으로 스윙을 할 때는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지고 스윙을 한다.

 

느낌뿐만 아니라 클럽페이스가 닫혀 있는 클럽으로 스윙을 할 때는 어드레스 시에 클럽 페이스를 조금 열어두고 공의 위치도 반 개에서 한 개 정도 오른쪽에 두는 편이다. 그렇게 해야 훅이 나지 않고 드로우나 스트레이트 구질로 샷을 할 수 있게 된다. 클럽에 따라서 스윙의 느낌과 방법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서로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은 클럽페이스 각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클럽의 길이에 따라서도 어드레스 시의 느낌이 달라지고, 그립의 굵기에 따라서도 스윙의 느낌이 달라진다. 이렇게 클럽에 따라서 골퍼에게 적응력이 생긴다면, 골퍼의 스윙과 상극인 스펙만 아니라면 굳이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아서 시간을 헛되이 보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골퍼의 스윙에 최적화된 클럽이 샷을 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클럽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 그 성능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골퍼들이 치기 쉽고 멀리 나가도록 설계, 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마디로 클럽들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클럽들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골퍼와 맞지 않는 스펙의 클럽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 특히 유의한다면 대부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히려 클럽피팅이나 골퍼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는 것보다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클럽에 무한신뢰를 보낼 수 있다면 더욱 더 편안한 마음으로 스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클럽피팅을 통해서 자신의 장비에 신뢰를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피팅효과 플러스 알파의 효과를 낼 것이다. 실제로 나 역시 피팅을 받은 후에 클럽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가 상승함으로써 샷의 품질도 좋아진 것을 체험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샷이 무너지면 장비에 대한 신뢰까지 같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마다 피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게 문제다.

 

피팅이나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는 것이 먼저냐 아니면 스윙을 만드는 것이 먼저냐의 문제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아직까지 두 가지 문제의 기로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생각도 두 가지로 나뉘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든지 자신의 골프에 도움이 되는 쪽이라면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그리고 공감하신다면

아래 뷰온 손가락도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