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2온을 노리는 골퍼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빈스 윙 2012. 7. 17. 07:30

엘보우로 인해 며칠 연습도 못하고 몸이 근질거려서 어제는 이웃 후배와 스크린을 쳤다. 지금 클럽을 다시 잡아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든 통증은 거의 사라졌으니 그냥 살살 치면 될 것 같아서 근질거리는 몸도 풀 겸 말이다.

 

그 동안 나는 초보골퍼들은 2온 보다는 안정적인 3온 작전을 은근히 유도하는 글과 비거리에 욕심내지 말라는 글을 많이 쓴 편이다. 그런데 어제 스크린을 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정말로 힘 빼고 살살 쳐서 그런지 평소보다 평균 비거리가 15미터 이상 더 나갔다. 여기서 2온을 노리는 골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에 내가 라운드를 운영하는 일반적인 상황은 이렇다. 350미터 파4홀이라고 가정하면, 티샷은 평균적으로 190미터 정도 날아가서 세컨샷이 160미터 이상을 남기게 된다. 이 경우 세컨샷에서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고구마를 잡고 2온을 노리거나 아니면 웨지샷으로 가장 좋아하는 거리를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고구마 비거리는 가장 잘 맞았을 때 160미터 정도 나간다. 160미터 이상은 무리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보통 웨지샷으로 가장 자신 있는 거리를 남기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런데 어제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드라이버를 잡은 14번의 샷 가운데 220미터를 넘긴 샷이 6번 있었고, 후반에는 제일 적게 나간 샷이 198미터였다. 그리고 덩달아 고구마 비거리도 170미터 내외로 늘어났다. 다른 아이언도 마찬가지로 거리가 다 늘어났다.

 

거리가 늘어난 것은 스크린 골프의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으니 그냥 넘어 가기로 하고, 거리가 늘어나니 그 동안 주로 사용하던 클럽과는 전혀 다른 클럽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단은 350미터 파4홀이라면 210미터만 보내도 150미터 정도의 거리가 남는다. (350-210이 왜 140이 아니고 150이라고 했는지는 다 아시죠?) 굳이 3온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어제 라운드를 했던 가야CC의 신어코스 파4홀의 평균거리는 335미터 정도이고, 낙동코스 파4홀의 평균거리는 345미터 정도된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이버의 평균 비거리가 210미터 정도 나오니, 티샷을 실수한 3개 홀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2온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평소보다 늘어난 비거리로 인해 아이언 샷의 거리를 맞추기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집에 돌아와서 골프존의 라운드 기록을 확인해 보니 그린 적중율은 22%에 불과했다. 그리고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나는 주로 3온 작전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린 적중율이 등급평균보다는 떨어지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2온을 한 홀이 많았고, 최근 5경기의 그린 적중율이 정확하게 스코어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5경기 스코어]

 

 

[최근 5경기 그린 적중율]

 

평소에 내가 스크린 골프에서 70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은 그린 적중율보다는 3 1퍼트로 어프러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는 통계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반면 드라이버 비거리와 타수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5경기 드라이버 비거리,

네 번째 비거리(175.71)은 엘보우 통증이 최악인 상태에서의 비거리다]

 

 

실제로 스크린 골프에서 언더파(71타)를 기록했을 때의 그린 적중율을 보니 66.66%로 평균보다 2배가 넘는 그린 적중율을 기록했다. 막연하게 3온을 위주로 라운드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작년 통계를 보니 알 수 있었다. 작년에는 거의 모든 홀을 3온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지금도 그렇다고 착각했나 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3온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2온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2온보다는 3온이 많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린 적중율이 스코어와의 상관관계가 그렇게 크다면 조금은 무리를 하더라도 2온을 노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드라이버 비거리가 220미터 정도만 나간다면 2온을 노리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왠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비거리와 2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생각이 든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라운드의 운영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