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퍼에게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샷은?

빈스 윙 2012. 8. 7. 07:30

나는 라운드를 할 때마다 거의 모든 라운드 기록을 남기는데, 그 라운드 기록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스코어만 적는 것이 아니라, 한 라운드에 했던 모든 샷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그런데 그 기록을 유심히 살펴 보니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샷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샷이 과연 무엇일까? 오늘은 일단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두 가지 미스 샷을 언급할까 한다.

 

오비가 나거나 헤저드에 빠져서 벌타를 먹게 되는 샷? 그건 그냥 미스 샷인데 벌타가 있는 미스 샷에 불과하다. 원래 보내려고 했던 거리에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그린을 훌쩍 넘겨서 오비가 나는 샷? 그것도 마찬가지로 그냥 미스 샷일 뿐이다.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첫 번째는 바로 실수한 다음에 하는 미스 샷이다. 라운드 기록을 살펴 보니, 미스 샷이 나오고 그 다음 샷을 또 미스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특히, 백돌이 시절에는 그러한 경우가 더 심했다. 일반적으로 백돌이 시절에는 퍼팅을 제외한 60여 개의 샷 중에서 1/4 정도에 해당하는 15개 내외(많으면 1/3이 넘는 20개 이상 한 적도 있다.)의 미스 샷을 범했다.

 

내가 정하는 미스 샷의 기준은 뒷땅을 심하게 치거나 톱볼이 나서 원래 보내려고 했던 거리의 1/2에도 못 미치는 경우나 오비가 나거나 헤저드에 빠지는 경우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미스 샷을 양산해 냈던 것이다.

 

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미스 샷을 분석해 보면 일반적인 미스 샷 3개는 1타의 손해를 가져오고, 그린 주변에서의 미스 샷 1개는 1타에 가까운 손해를 가져오고, 연이어 발생하는 미스 샷은 그린 주변일 경우 무조건 1.5타 이상 2타까지 손해 보게 되고, 세컨샷과 서드샷을 연이어 미스하는 경우에는 1타 이상의 손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오비를 감안하지 않고, 다음 샷으로 만회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실수한 다음에 연이어 나오는 미스 샷은 주로 어처구니없는 샷을 한 다음에 주로 발생한다. 그린에 거의 다 가서 50미터도 남지 않은 거리에서 뒷땅을 쳐서 절반도 못 보낸다거나, 톱볼이 나는 바람에 그린을 훌쩍 넘겨 오비가 나거나 혹은 그린 너머 경사가 심한 곳에 공을 보내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샷이 나오면 너무 실망한 나머지(이런 것을 멘붕이라고 하나보다.) 그 다음 샷을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다닌 골프장의 경우는 대부분 그린의 뒤쪽이 높아서 그린을 넘기면 왼발이 낮은 경사에서 다음 샷을 해야 하거나 그린 뒤편은 오비 지역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대충 친 샷이 생각지도 않게 굿샷이 되거나 행운의 샷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를 살펴 보면 또 다시 미스 샷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홀에서는 영락없이 트리플 보기나 양파가 나온다. 어쩌면 미리 포기하는 마음이 생겨서 대충 치고 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골프 격언 중에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유발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쁜 홀과 좋지 않은 스코어는 항상 몰려 다닌다라는 말도 있다. 한 홀에서 연이어 실수를 하는 것을 경계하고, 그 실수가 다음 홀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일 것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 카드를 보면 희한하게도 연속으로 더블보기를 기록하거나 연속해서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한 홀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로우핸디캡퍼들은 예외일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멘탈이라는 놈(?)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멘붕현상은 골퍼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실패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그 멘탈이라는 놈(?)은 골퍼 자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우에 스포츠에서 감독이 작전 타임을 요청하는 것이 반드시 작전 지시를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을 때도 타임을 요청하듯이 골퍼 스스로 경기의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동반자의 양해를 구하고 동반자에게 먼저 샷을 하게 한다든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먼저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 치기에 바쁜 초보골퍼 입장에서는 그런 마음의 여유조차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지연시키지 않는 한, 게임에 최선을 다하려는 골퍼의 행동은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연거푸 일어나는 미스 샷은 티 박스와 그린을 제외한 곳에서 주로 일어난다. , 세컨샷이나 서드샷 그리고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러치 샷에서 주로 일어난다. 문제는 그린 주변에서의 샷 실수는 스코어와 직결된다는데 있다.

 

티샷의 경우에는 조금 잘못 맞아서 거리가 안 나갔다 하더라도 오비만 나지 않으면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그린주변에서의 샷은 한 번의 실수가 바로 1타의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타의 손해로 직결되는 샷을 연거푸 두 번씩이나 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미스 샷은 한 라운드에서 같은 유형의 미스 샷을 계속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과 다른 하나는 코스 매니지먼트적인 측면이다.

 

먼저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은 한 라운드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미스 샷이 톱볼이라든지 혹은 뒷땅이라든지 하는 경우이고, 코스 매니지먼트적인 부분은 대표적인 예가 헤저드에 빠지는 것이다.

 

초보골퍼의 경우는 (나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가끔씩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만), 자신의 골프공에게 그 골프장에 있는 거의 모든 헤저드의 물맛과 모래맛을 확인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골프장을 설계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헤저드를 만들었을까 하면서 말이다.

 

초보골퍼가 라운드를 하면서 헤저드 순례를 하는 것은 자신의 거리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코스를 공략하는 작전이 없었고 무조건 돌격 앞으로만 외치며 그린 가까이에 공을 보내려는 마음과 헤저드만 보면 도전정신이 갑자기 투철해져서 넘겨보겠다고 무한도전을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오늘 언급한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미스 샷 외에 또 다른 그런 유형의 미스 샷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한 번의 미스 샷도 없는 게임을 하기는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스코어는 연속된 미스 샷과 같은 유형의 미스 샷의 제곱 혹은 세제곱만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여 연속된 미스 샷과 같은 유형의 미스 샷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