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망가진 골프 라운드, 배울 점은 더 많다

빈스 윙 2012. 8. 9. 07:30

골프 라운드를 하다 보면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러지?'를 연발하면서 멘붕이 오시는 날도 있고, 공이 기가 막히게 맞으면서 행운까지 따라 주는 그 분이 오시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 분이 오신 날은 실수라고는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이 들거나 자신의 스코어에 도취되어 라운드 중에 발생한 미스 샷은 굿샷 속에 묻혀 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모든 게 엉망이 된 라운드에서는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도대체 어떤 실수가 일어났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엉망이 된 라운드는 생각하기 조차 싫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망가진 라운드를 하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얻는 것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라운드는 연습목표를 정하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골프 라운드를 통해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망가진 라운드에서 정말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라운드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라운드는 라운드대로 망가지고, 라운드가 망가지다 보니 즐거울 리 없고, 얻는 것 또한 없는 무의미한 라운드가 될 것이다.

 

지난 주 라운드도 만족할만한 라운드는 아니었다. 아쉬운 점이 많았던 라운드였던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라운드였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벙커에 7번이나 빠진 점이다. 페어웨이 벙커에 빠진 것까지 포함하면 8번이다. 모래찜질을 신물이 나도록 하고 온 셈이다.

 

골퍼에게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샷은? - http://blog.daum.net/beanswing/810에서도 얘기했듯이 일반적인 미스 샷 3개는 1타를 잃는다고 했다. 벙커에 7번 들어가고 2-3타를 잃었다면 그냥 묻어 갈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똑같은 패턴의 실수로 계속 벙커에 빠지자 멘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라운드 후반에 가서야 알았다.

 

 

그 날 라운드를 했던 골프장은 주중에는 티박스를 블루티로 옮겨 난이도를 높이기도 하고, 핀 위치를 까다롭게 해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려운 골프장이다. 그 날은 핀 위치를 2단 그린의 경사진 부분에 설치하거나, 그린 구석에 쳐 박아 놓거나, 벙커 바로 뒤에 만들어 놓는 것으로 난이도를 높였다.

 

인코스 초반까지 앞 핀이었는데, 핀 앞에는 여지없이 벙커가 있었다. 나는 평소에 그린 중앙을 향해서 샷을 하는 편이고, 그 날도 그린 중앙을 향해서 샷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거리가 짧거나 방향이 잘못되면 좌우를 막론하고 벙커 쪽으로 향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치 내가 일부러 벙커에 공을 빠뜨리고 벙커샷 연습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몇 번 벙커에 빠지자 이왕 빠지는 거 핀을 직접 노리자 라는 마음까지 생기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생기면서부터 멘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급기야는 후반 첫 번째 홀인 479미터 파5홀에서 SW로 친 4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고, 벙커에서 친 샷이 톱볼로 오비가 나고, 벌타를 먹고 다시 친 벙커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파5홀에서 양파를 기록하는 불상사까지 이어졌다. 미스 샷 후에 발생하는 미스 샷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를 여지 없이 확인시켜준 홀이었다.

 

뭐가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이 있다. 사실 벙커는 무서워할 필요도 더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해가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아니 피해가는 작전을 쓰는 것이 스코어 관리라는 측면에서 당연할 것이다. 결국 그 날 나의 작전은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어쩌면 작전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냉철한 판단 없이 그냥 막연하게 공을 그린에 올리겠다는 욕심만 앞섰는지도 모른다.

 

그 날에 내가 벙커에 빠진 것은 대부분 벙커를 넘길 수 있는 거리가 안 되었거나, 벙커를 넘길 실력이 안 되었다기 보다는 벙커 바로 뒤에 있는 핀에 공을 붙이기 위한 욕심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 클럽 길게 잡는 여유와 그린의 중앙을 공략하지 못한 클럽선택의 오류와 코스운영전략의 부재가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라우드 중에 톱볼이 많이 나왔다면 그래서 라운드를 망쳤다면 톱볼 방지를 위한 연습을 해야 할 것이고, 뒷땅이 많이 나왔다면 뒷땅을 없애기 위한 연습을 목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보골퍼들은 라운드를 망친 원인을 스윙에서만 찾는 경우가 많은데, 스윙 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멘탈이 있다거나 나처럼 스윙보다는 클럽선택의 실수 혹은 코스 매니지먼트의 부재로 인해 라운드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어째든 망가진 라운드는 항상 나에게 좋은 교훈을 남기는 골프에서의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라운드를 하고 나서 그냥 그런 날도 있지라고 허허 웃어버리며 넘길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한 번쯤 생각해 가며 골프를 즐긴다면 똑 같은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