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개념이나 철학이라든지 본질과 같은 단어가 나오면 왠지 심오하게 생각하거나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간주하는 골퍼들이 많이 있다.
본질이라는 것은 사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성질이므로 그리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로 골프가 가지는 본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나는 그 본질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 골프게임으로서의 본질이다.
골프게임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골프라는 게임이 가지는 근본적인 성질은 스코어링 게임이라는데 초점을 맞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말을 적용하는 것이 왠지 꺼림직하기는 하지만, 골프는 스코어가 적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보면 스윙이 엉성하다거나 어떤 클럽을 사용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어떤 클럽’이라고 말한 것은 골프규칙 내에서 어떤 클럽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스윙이 엉성한데 혹은 엉망인데 어떻게 좋은 스코어를 내느냐고 딴지를 걸지는 말기 바란다. 좋은 스윙이 좋은 스코어를 내는 조건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추어 대회나 클럽 챔피언 대회를 보면 확인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득점방식의 게임이 아닌 골프에는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골퍼들이 클럽을 선택하고 코스운영전략을 짜는 것도 골프게임의 본질인 스코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것도 결국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함 아닌가?
그런데 골프를 단순히 골프게임으로서의 본질만 생각하고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서만 한다고 하면 그건 너무 삭막해질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게임을 하는 투어프로들과 아마추어의 입장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마추어 주말골퍼의 경우 비록 골프게임의 본질이 스코어링 게임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그 과정 속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는 투어프로들도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우승 소감에는 ‘그냥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의 즐거움이라는 것은 자신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같이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들의 즐거움 까지도 수반된다는 가정하에서 골프게임의 본질을 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