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역시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빈스 윙 2012. 8. 13. 07:30

골프는 역시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라운드였다. 지난 주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가운데 라운드를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록 타당 천 원짜리 내기였지만내기 골프를 하면 그 금액에 관계없이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나는 필드에 나가면 스윙이 커지고, 스윙템포가 빨라지면서 리듬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것들이 내가 라운드를 망치는 가장 큰 요인들이다. 그래서 일단은 티샷은 오비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가능하면 페어웨이를 지키는 안정적인 샷을 목표로 했고, 백스윙을 최대한 천천히 하는 것을 그 날의 라운드 키워드로 정했다.

 

드라이버 샷의 경우는 페어웨이 안착율이 60%(14개중 8)에 육박할 정도로 무난한 수준이었고, 아이언 샷의 경우에는 스윙크기를 줄여서 3/4 스윙을 한다는 생각으로 스윙을 했는데, 그것이 적중한 것 같다.

 

나는 3/4 스윙을 한다고 생각으로 스윙을 했지만, 실제로 같이 친 동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원래 내가 연습할 때의 스윙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항상 라운드를 할 때면 연습장에서의 임팩트감을 못 느꼈는데, 그 날은 연습장과 비슷한 아이언의 임팩트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라운드 결과는 라베를 한 타 갱신한 좋은 기록이 나왔다. (스코어 카드는 85타로 되어 있는데 사실은 86타가 맞다.) 라운드를 마치고 복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특별한 실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세컨 샷(고구마)과 티샷에서 한 번씩의 오비가 있기는 했지만, 모두 보기와 더블보기로 막았고, 예전처럼 뒷땅이나 톱볼로 원래 보내려고 했던 거리에 턱도 없이 못 미치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그런 샷은 없었다.

 

[퍼팅 수까지 기록하다보니 스코어카드가 조금 복잡하다]

  

이번에 기록한 라베는 비록 한 타를 갱신한 것에 불과하지만, 2년 전, 백돌이 시절(정확하게 말하면 100타를 넘나들던 시절) 87타 라베를 기록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기분으로 말하면 백돌이 시절에 80대 타수를 쳤을 때가 훨씬 좋았지만, 그 때는 정말로 그 분이 오신 날이었고, 그 후로는 90대 초 중반의 타수를 기록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86타를 기록하고 기분은 그냥 무덤덤했지만, 최근에 꾸준하게 80대 타수를 유지하면서 줄인 타수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백돌이 시절의 87타 라베보다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최근 들어 5번의 라운드를 하는 동안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80대 스코어를 기록하고 나니, 90타를 깨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두려움은 많이 해소되었다. 이렇게 꾸준하게 80대 후반 타수를 유지한다면 미스샷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도 조금은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

 

미스샷에 대한 기준을 상향 조정해서 일부러 미스샷을 만들겠다는 말은 아니고, 그저 실력에 맞는 미스샷의 기준을 조금은 엄격하게 다시 정하겠다는 뜻이다.

 

 

최근에 80대 타수를 기록한 라운드를 분석해보니 역시 지난 주말의 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하는 홀이 적었다. 오비가 나더라도 더블보기로 막았으니 오비가 난 미스샷에서 또 다른 미스샷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골퍼에게 미스 샷보다 더 안 좋은 샷은? - http://blog.daum.net/beanswing/810에서도 언급했듯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미스샷은 스코어 관리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반면, 사상누각적인 요소를 가진 아주 위험한 부분도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나는 주로 3온을 위주로 숏게임에서 승부를 거는 스타일의 라운드를 하는 편이다. 이번 라운드에서도 레귤러 온(GIR)이 단 한 번 밖에 없었다는 것이 나의 골프에 있어서 아주 위험한 부분이다. 만약에 어프러치 샷이 흔들리거나 퍼팅이 무너지면 여지 없이 더블보기를 남발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퍼팅수 31(3퍼트 1, 1퍼트 6)를 기록했는데, 이는 퍼팅을 잘 했다기 보다는 그린에 올리는 세 번째 샷을 홀 가까이에 붙여서 1퍼트로 막은 홀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개의 파 가운데 5개의 파가 1퍼트로 홀 아웃 하면서 만들어졌다.

 

내 나름대로는 이런 식으로 밖에 라운드를 운용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라운드 운용으로는 아무리 미스 샷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스코어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기록한 86타가 그 한계가 아닐까 한다. 물론 한 타나 많으면 두 타 정도는 더 줄일 수도 있겠지만, 80대 초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으로 라운드를 하던지, 실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라운드였다. 사실 지금의 미스 샷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백돌이 시절에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미스 샷만 몇 타 줄여도 100타를 깨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00타를 깨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골퍼들에게는 어려운 현실일 수도 있지만, 100타를 깨지 못하고 있는 골퍼들도 주로 범하는 미스 샷을 위주로 연습을 한다면 분명히 빠른 시일 내에 100타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