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3온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많은 고수님들께 핀잔도 듣고, 초보골퍼들에게는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골프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2온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3온을 주장해온 이유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나의 골프일기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 목적이 누구를 가르친다거나 잘난 체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개인적으로는 나의 골프가 어떻게 변화하고, 골프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폭넓게 바뀌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대외적으로는 내가 골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과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 골퍼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수 많은 프로들과 고수들의 충고와 조언을 받았고, 그로 인해 내가 골프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이 생각하는 골프와 내가 생각하는 골프에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평행한 철로처럼 영원한 차이로 남을지 아니면 언젠가는 생각의 차이를 좁혀서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서로 공감하면서도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는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백돌이 시절을 거치건만 (일부 백돌이 시절이 없었다는 골퍼도 있기는 하지만.) 백돌이의 눈높이가 아닌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의 눈높이에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올챙이 적 생각하는 개구리가 되기 위해서 그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내 블로그에는 많은 레슨프로들과 초보골퍼들이 방문하는데, 초보골퍼들이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다른 초보골퍼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 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치고, 레슨프로들이 나의 블로그에 자주 들어오는 이유를 잘 몰랐다.
나와 다른 의견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댓글로 남겨주시는 레슨프로들도 있었지만, 그냥 눈팅만 하는 레슨프로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우연치 않은 기회에 내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레슨프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백돌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의 글을 통해서 파악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한 레슨프로들의 경우에는 성인초보골퍼의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3온을 견지해온 것도 현재 나의 상황에서는 3온으로 라운드를 운영하는 것이 더 적합하더라는 측면이 강하지, 반드시 모든 초보골퍼들이 3온 작전으로 라운드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잭 니클라우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마추어 골퍼에게 남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는 말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3온을 견지해온 이유는 따로 있다. 골프를 한다고 하면 최종적으로 2온을 염두에 두고 라운드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내가 3온 작전을 운운한 첫 번째 이유는 무조건 ‘돌격 앞으로’ 샷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있다.
군대에서 지휘관도 돌격 앞으로 할 만한 상황에서 ‘돌격 앞으로’ 를 외치는 법이다. 무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무조건 멀리 그리고 무조건 그린 가까이 보내는 것이 작전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작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거리와 다음 샷을 생각하지 않는 작전은 작전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코스 매니지먼트적인 측면에서 무조건 그린을 향해 쏘는 샷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