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 2온이 아닌 3온을 견지해온 이유

빈스 윙 2012. 8. 14. 07:30

그 동안 3온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많은 고수님들께 핀잔도 듣고, 초보골퍼들에게는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골프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2온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3온을 주장해온 이유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나의 골프일기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한 목적이 누구를 가르친다거나 잘난 체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개인적으로는 나의 골프가 어떻게 변화하고, 골프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폭넓게 바뀌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대외적으로는 내가 골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과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 골퍼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수 많은 프로들과 고수들의 충고와 조언을 받았고, 그로 인해 내가 골프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이 생각하는 골프와 내가 생각하는 골프에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평행한 철로처럼 영원한 차이로 남을지 아니면 언젠가는 생각의 차이를 좁혀서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서로 공감하면서도 관점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는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백돌이 시절을 거치건만 (일부 백돌이 시절이 없었다는 골퍼도 있기는 하지만.) 백돌이의 눈높이가 아닌 고수들이나 레슨프로들의 눈높이에서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올챙이 적 생각하는 개구리가 되기 위해서 그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내 블로그에는 많은 레슨프로들과 초보골퍼들이 방문하는데, 초보골퍼들이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다른 초보골퍼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 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치고, 레슨프로들이 나의 블로그에 자주 들어오는 이유를 잘 몰랐다

 

나와 다른 의견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댓글로 남겨주시는 레슨프로들도 있었지만, 그냥 눈팅만 하는 레슨프로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우연치 않은 기회에 내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레슨프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백돌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의 글을 통해서 파악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한 레슨프로들의 경우에는 성인초보골퍼의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3온을 견지해온 것도 현재 나의 상황에서는 3온으로 라운드를 운영하는 것이 더 적합하더라는 측면이 강하지, 반드시 모든 초보골퍼들이 3온 작전으로 라운드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잭 니클라우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마추어 골퍼에게 남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골프를 하라'는 말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3온을 견지해온 이유는 따로 있다. 골프를 한다고 하면 최종적으로 2온을 염두에 두고 라운드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내가 3온 작전을 운운한 첫 번째 이유는 무조건 ‘돌격 앞으로’ 샷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있다

 

군대에서 지휘관도 돌격 앞으로 할 만한 상황에서 ‘돌격 앞으로’ 를 외치는 법이다. 무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무조건 멀리 그리고 무조건 그린 가까이 보내는 것이 작전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작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거리와 다음 샷을 생각하지 않는 작전은 작전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코스 매니지먼트적인 측면에서 무조건 그린을 향해 쏘는 샷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강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초보골퍼들이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다가 미스 샷을 남발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수들은 2온을 하든 3온을 하든 그들만의 작전이 있고, 실력이 뒷받침되니 초보골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스 샷을 우려해서 2온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골프를 무시하는 것이라거나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골퍼들의 주장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대해 절대 수긍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공감은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초보골퍼들이 무리한 욕심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에 내가 3온 운운하는 것은 욕심을 제어하자는 측면이 강하다.

 

역시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 http://blog.daum.net/beanswing/815에서도 언급했듯이 3온을 위주로 해서 스코어를 줄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백돌이 골퍼들이나 90타를 깨려고 하는 골퍼들 중에서 거리가 짧은 관계로 2온이 어려운 골퍼들은 3온을 위주로 코스를 공략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90타는 깰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숏게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비거리를 늘리는 것보다는 숏게임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에 숏게임만 뒷받침된다면 3온 작전으로 충분히 90타를 깰 수 있다

 

역시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다 - http://blog.daum.net/beanswing/815에서 언급한 라운드에서도 나는 오직 한 개의 2(4 기준)으로 86타를 쳤다. 그리고 그 동안 통계를 봐도 한 라운드에 2온 하는 횟수는 고작 2회 많아야 3회에 그친다. 2온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90타를 깨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90타를 깰 때까지 3온을 위주로 라운드 하면서 이미 스윙이 굳어져서 비거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거리에 대한 것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2온이니 3온이니 하는 것이 결국은 비거리와 관계되므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비거리를 위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80미터 정도야 평범한 성인 남자라면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다. 200미터를 보내려면 특별한 스윙 기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연습으로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200미터 이상을 보내기 위해서는 그냥 연습만 해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힘이 좋아서 힘으로 200미터 이상을 보내는 골퍼들도 주위에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차근차근 비거리를 늘려 나간다는 것은 골프스코어를 줄이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이유는 내 블로그를 자주 찾는 초보골퍼들에게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쉬운 골프의 개념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화이트 티를 기준으로 티샷을 200미터 정도 날린다면 3온을 못할 골프장이 있을까? 우리나라 골프장을 모두 알지는 못하므로 속단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리 비거리가 짧다 하더라도 티샷으로 180미터를 날리고 100미터씩 2번을 보낸다면 380미터를 보낼 수 있다.

 

물론 산술적으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거리가 짧은 초보골퍼들이 무리하지 않고 3온을 생각 한다면 골프가 아주 쉬워진다. 실제로는 초보골퍼들이 3온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쉽다고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것과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런 생각의 차이에서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초보골퍼들이 비거리에 목을 매가며 비거리 때문에 골프를 못 친다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2온을 못하는 것은 비거리가 짧다는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3온을 못하는 것은 비거리 때문이 아니라 티샷이 오비가 나거나 클럽선택을 잘못해서 거리를 맞추지 못하거나 방향성에 문제가 있거나 미스 샷을 남발하는 것에 있다.

 

어째든 나의 경험으로는 성인 아마추어 골퍼가 90타를 깨는데 비거리가 좌우하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비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로 오비가 나고, 숏게임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90타를 깨지 못하는 더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100타를 깨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2온이냐 3온이냐 그리고 비거리에 대한 현재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 비거리는 쉽게 늘리기 어려우므로 처음 배울 때부터 방향성보다는 비거리를 내기 위한 스윙을 할 수 있다면 좋겠고, (내 생각에는 방향성을 잡는 것이 비거리를 늘리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비거리가 나간다면 비교적 쉽게 2온을 할 수 있으니 작전 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3온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비거리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초보골퍼들이 있다면, 억지로 2온을 시도하기 보다는 자신의 스윙과 비거리에 맞는 전략으로 라운드를 운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지만, 그 결정은 골퍼 자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