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레슨, "바로 그거예요" 근데 그게 뭐지?

빈스 윙 2012. 8. 18. 07:30

골프연습장에 들어서니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레슨프로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그거예요." "그렇죠." "그렇게 하면 되요."

 

레슨프로가 자신이 원하던 스윙을 골퍼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어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리고는 계속 그렇게 연습하라며 자리를 뜬다

 

옆 자리에 클럽을 셋팅하고 준비운동을 하면서 힐끗힐끗 레슨을 받던 골퍼의 스윙을 보았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스윙은 하지 않고 천천히 백스윙과 피니쉬 동작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클럽을 잡는데, 옆에 있던 골퍼가 나에게 묻는다.

"아까 레슨프로가 한 말 들으셨어요?"

".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하던데요."

"근데요. 그렇게 하라는 것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전후 사정을 모르고, 그 골퍼의 스윙을 모르는 나로서는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레슨프로가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하라는 말이겠죠."

"글쎄요. 피니쉬 얘기를 하긴 했는데, 내가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연습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상황을 그린 것이다. 혹시 여러분은 초보시절에 이런 경험이 없으셨는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이 시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나만 그런가? 나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이런 경험이 아주 많았다.

 

정말 말이 없는 과묵한 스타일의 레슨프로였는데, 백스윙을 하면 스톱한 마디만 하고 아무말도 없이 나의 백스윙을 고쳐주었는데, 사실 나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몰랐다. 단지 레슨프로가 고쳐준 동작을 느낌으로 기억하려고 애를 썼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지금 처음 골프를 배웠던 시절을 생각해보니 주로 백스윙과 피니쉬 동작만 고쳐주었던 것 같다. 백스윙과 피니쉬를 연결하는 동작은 그냥 내가 알아서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순식간에 끝나 버리는 백스윙에서 피니쉬 사이의 동작을 어떻게 알려줄 방법이 없었던 걸까?

 

아마도 레슨프로들이 초보골퍼들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아들도 그랬지만 유소년 골퍼들은 그야말로 스펀지로 물을 흡수하듯이 골프레슨이나 스윙동작을 자신의 몸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골프를 시작하는 중년의 성인골퍼들은 레슨프로가 하는 말도 잘 못 알아 듣겠고, 무슨 동작을 하나 알려주면 그 동작을 기억하기가 그렇게도 힘이 든다.

 

중년의 성인골퍼가 쉽게 골프를 배우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차피 40~50대의 나이에 시작하는 골프로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좀 쉽게 가는 방법은 없는 걸까? 레슨프로들이 초보골퍼에 대한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고, 성인골퍼들도 타이거 우즈가 되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조금은 쉽게 골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도 같은데 말이다.

 

모두가 싱글골퍼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레슨을 받으니 레슨프로도 골프를 배우는 골퍼도 모두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나도 지금 싱글골퍼를 꿈꾸고 있지만, 싱글골퍼가 되겠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를 하면서 그리고 회사일로 바쁘면 며칠씩 연습을 빼먹는 지금의 현실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열심히 가르치는데 배우는 사람은 뭘 배웠는지 모르는 골프레슨의 현실을 보면서 나도 초보시절에 도대체 뭘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론 지금의 골프를 하는데 처음 배웠던 골프가 초석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는 자가 뭘 배우는지 모른다면 가르치는 자의 수고도 헛된 것이 아닐까?

 

레슨을 받거나 스윙연습을 할 때는 뭘 배우고 무엇을 연습하는지 확실히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없는 행위는 무의미하니까 말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금 골프를 배우고 있는 모든 골퍼들이 레슨프로가 혹은 고수들이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그런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