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확률골프로 골프를 더 재미있게 즐긴다

빈스 윙 2012. 8. 21. 07:30

골프는 확률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퍼들이 골프가 확률게임이라는 말에는 대체로 수긍을 하지만, 실제로 골퍼들이 얼마나 확률을 적용시키고 확률을 생각하면서 라운드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고수들은 70% 이상의 성공확률이 없는 샷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70%가 아니라 90%라고 말하는 고수들도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초보골퍼들은 어떨까? 30%의 성공확률을 가지고도 거침없이 샷을 하는 것이 초보골퍼가 아닐까 한다.

 

물론 초보골퍼들은 샷의 성공도가 낮으므로 70% 이상의 성공확률을 가진 샷이 없을 수도 있다. 연습장에서조차 제대로 맞는 샷이 70%가 안 되는 초보골퍼가 라운드에서 샷의 성공확률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샷의 성공확률이 70% 이상 되는 클럽 혹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클럽을 위주로 라운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도 성공확률이 낮다면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을 위주로 라운드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샷의 성공확률이라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그 기준이 골퍼마다 다르다. 그래서 샷의 성공확률에 대한 것은 골퍼 각자에게 맡기고 오늘은 샷 자체의 성공확률보다는 라운드를 통한 성공확률을 위주로 포스팅하려고 한다.

 

정규투어보다 시니어투어에서 더 많은 승수를 올렸고, 작년(2011년)에 US시니어 오픈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은 타수(66타)를 기록하여 에이지 슈팅을 하기도 한 미국의 헤일 어윈은 확률골프를 하는 대표적인 프로골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골프는 즐기는 것이 바로 이기는 조건이 된다는 말을 한 골퍼가 바로 헤일 어윈이다. 헤일 어윈이 이런 말을 한 배경에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골프는 스스로 즐기는 골프가 아니라 타인을 즐겁게 해 주는 골프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헤일 어윈은 골프코스를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하고 순응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았는데, 확률적인 골프라고 하기보다는 소극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플레이를 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려운 파5홀에서 세컨샷을 우드로 칠 때 잘하면 버디, 잘못하면 더블보기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헤일 어윈은 드라이버 티샷 이후에 2번 아이언으로 두 번 치고 웨지로 그린에 올려서 안정적인 파를 노리거나 잘못해도 보기로 막는 플레이를 했다고 한다.

 

헤일 어윈은 도그렉 홀에서 무리하게 숲을 가로지르는 샷이나, 헤저드를 넘기려고 라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스윙을 하는 것 등은 코스에 순응하지 않는 행위로 간주했다고 한다. 철저하게 확률이 낮은 샷은 배제하고 확률이 높은 쪽으로 계산해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소극적인 플레이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헤일 어윈은 쉬운 코스보다는 어려운 코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확률골프가 어려운 코스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헤일 어윈은 짧은 파5홀에서 2온을 노릴 땐 먼저 두 번째 샷을 실수했을 경우 다음 샷을 어디서 하게 되는지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곳이 깊은 벙커나 워터 해저드일 가능성이 있다면 2온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것이 그의 확률골프다. 거리가 제법 나가는 골퍼들은 이러한 경우에 코스에 도전하겠다고 2온을 시도하지만 코스는 골퍼의 도전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받아주지 않는다.

 

 

60년 대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토미 아머 역시 확률골프에 큰 비중을 두고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었다. ‘골프코스는 여자와 닮았는데 다루는 솜씨 여하에 따라 즐겁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손댈 수 없이 거칠어지기도 한다.’는 그의 말에서 골프코스는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살살 달래야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물론 존 댈리나 아놀드 파머와 같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투어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한 선수도 있지만, 골프경기를 지켜보는 골퍼입장에서는 그들과 같은 도전적인 플레이가 반전의 묘미도 있고, 흥분 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존 댈리나 아놀드 파머와 같이 과감한 플레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골프에서 무모한 전략을 구사한다거나 너무 과감한 전략이 위험한 이유는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차원도 있지만, 그러한 전략은 대부분 평소에 연습하지 않은 샷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샷일 경우가 많아 스윙리듬이나 템포 그리고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쳐서 대부분 미스샷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도전하는 샷은 평범한 샷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은 샷이나 전략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샷을 하는 경우에는 몸과 마음이 긴장하게 되어 평소의 스윙이 나올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내기골프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내기골프를 할 때, 도전적인 골퍼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도전적인 플레이를 하는 골퍼들은 존 댈리가 숱하게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듯이 그냥 가만히 놔둬도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하는 도전마다 모두 성공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내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확률적으로 지극히 미미한 편이다.

 

때로는 존 댈리나 아놀드 파머처럼 과감한 전략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초보골퍼들은 그러한 과감한 전략보다는 확률에 근거한 전략과 샷을 날리는 것이 스코어를 까먹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많은 골퍼들이 확률골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확률골프가 멘탈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최대 비거리를 평균 비거리로 생각하듯이, 골퍼들은 10번 시도해서 1번 성공한 기억이 있으면, 또 성공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확률적으로는 불과 10% 밖에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 확률골프는 그 근본이 마음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면 확률골프를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스며드는 것이 일반적인 골퍼들의 마음이다. 언젠가 한 번 멋지게 성공했던 그 짜릿한 경험이 골퍼의 가슴 속에 강하게 남아 있어 언제라도 또 다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률골프를 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모든 골퍼들이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확률골프로 골프를 더욱 더 재미있게 즐기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