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를 치면 나 만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빈스 윙 2010. 11. 29. 07:36

우리들이 친구와 하는 대화를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업무 이야기를 제외하면 나의 이야기 보다는 정치, 경제, 스포츠 등의 이야기 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골프를 치면 나 이외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만들어진다.

 

18홀을 돌고나면 아쉬운 점과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나의 드라마를 희극으로도 만들고 비극으로도 만든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 스스로를 좌절하게도 만들고 기분이 한껏 고조되게도 한다. 백돌이가 8자를 그리는 것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내가 라베 찍던 날은 왜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사소한 실수는 '라베'라는 이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아쉬움의 그림자로 남을 뿐이다.

 

1번 홀에서 드라마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골프장을 예약하는 순간부터 그리고 연습을 하는 순간에도 나의 드라마는 만들어 진다. 결과를 알 수 없지만 멋진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골프장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코스맵을 살펴보고 안 가던 연습장도 기웃거린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 연출자, 주인공 모두 나 자신이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몇 명있을 뿐이다.

 

모든 골퍼들이 멋진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모두 생각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이 우리 생각대로 되지 않듯이 드라마 속에는 험한 산기슭에 올라 공도 찾아야 하고 헤저드에 빠진 공을 애처로운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일도 생기고 죽은 공을 찾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안타까운 일도 생긴다.

 

하지만 꼭 이런 슬픈 사연만 담기에는 골프 라운드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가 너무 변화무쌍하다. 누군가 그랬던가? 아마추어는 하나의 만족한 샷을 위해 골프를 친다고. 만족한 샷 하나로 인해 반전이 가능한 것이 골프 라운드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환상적인 샷을 날리고 버디라도 하나 한다면 그 동안의 모든 슬픈 사연을 뒤로 하고 마치 온 세상을 얻은 듯 가슴 설레이는 드라마가 만들어 진다.

 

라운드 후의 식사시간은 자신이 만든 드라마를 소개하고 동반자의 드라마를 평가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그 어떤 군대이야기, 정치이야기, 스포츠이야기 보다 흥미롭고 진지하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흥행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다음 드라마를 어떻게 써야하고 오늘 드라마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난 오늘도 멋진 나의 드라마를 꿈꾸며 그리고 흥행에 대성공을 거둘 대작을 만드는 그 날을 기대해 보며 나의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미완의 드라마를 계속 써 내려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