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대회의 속성을 모르는 듯한 언론기사

빈스 윙 2011. 3. 26. 09:00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골프관련 기사를 보면 골프의 속성에서 벗어난 글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주 훌륭한 선수가 컷오프 탈락을 하거나, 몇 게임 연속 부진한 경기를 하면 언론에서는 어김없이 “OOO의 시대는 갔는가?”, “OOO 슬럼프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OOO 왜 이러나?” 등의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골프의 속성을 무시하고 여론의 관심거리에 대한 기사를 쓰고자 하는 언론의 속성만을 부각시킨 기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골프의 속성이란,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정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스포츠다. 아니 불가능한 스포츠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거 우즈와 같이 세계 랭킹에서 정상(1)의 자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우승을 1승으로 계산한다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승률이 현저하게 낮은 스포츠다. PGA투어나 LPGA에서 10%의 승률만 거둬도 아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경우를 보면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18승을 거두었지만, 그가 출전한 메이저 대회를 생각해보면 그의 승률은 20%도 안될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그의 기량이 절정기에 있을 때도 승률이 3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면 70%는 패배했다는 얘기다. 세계 랭킹 1위가 항상 1위를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골프는 유독 그 정도가 아주 심한 스포츠다.

 

내친김에 이러한 골프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역사상 깨지기 힘든 기록을 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바이런 넬슨의 11연승 기록인데, 1945년 한 해 동안 그가 출전한 31개 대회에서 그는 11연승을 기록했고, 그 해 18승을 달성하는 엄청난 승률을 올렸다고 한다. 60%에 육박하는 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것은 골프라는 게임의 속성상 거의 불가능한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시 그는 113경기 연속 컷 통과, 그리고 65경기 연속 톱10 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1912년 그와 같은 해에 태어난 벤 호건과 샘 스니드가 바이런 넬슨이 34세의 나이로 일찍 은퇴한 이후에 전성기를 맞은 것이 바이런 넬슨의 실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얘기가 잠시 옆 길로 빠졌는데, 잭 니클라우스가 말하는 '골프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시지 않은 이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기를 크게 좌우하는 것은 운이고,

둘째,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대회,

셋째, 물리적인 요소 등이다.

 

흔히 마스터스 대회는 신의 선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어도 우승하기가 힘든 대회라고 말한다. 이를 잭 니클라우스는 운이 좌우한다고 표현한 것 같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회도 한 사람이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잭 니클라우스도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중도에 포기할 뻔 한 적이 있다. 이렇게 골프스윙의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 부상과 슬럼프 혹은 체력적 한계로 인해 승률을 높이기가 힘든 것이 골프다.

 

잭 니클라우스 외에도 메이저 대회 7승의 진 사라센이나, 9승의 벤 호건과 게리 플레이어 역시 승률은 현저하게 낮다. 금세기 최고의 골퍼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 역시 전성기 시절에도 수 많은 패배를 경험했다.

 

유명한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언론을 보면, 좋은 기사를 쓰겠다는 마음과 부진한 선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보다는 이러한 골프의 속성은 무시하고 선수들의 성적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골프 랭킹1위라 하더라도 계속 우승을 하거나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골프의 속성상 힘들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언론에서 쓰는 기사는 프로선수가 조금 성적이 떨어지면 퇴물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최근에는 세계 남자 프로골퍼의 순위변동이 잦아지고 있다. 한 명의 골퍼가 계속 우승을 하며 신기록을 갱신하는 것도 좋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숨 막히는 경기를 하는 것도 골프 팬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일시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모든 프로골퍼들이 하루빨리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우승경쟁에 합류하여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