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를 왜 OO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할까?

빈스 윙 2011. 9. 2. 08:00

골프관련 글을 읽다 보면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골프는 상대와의 싸움이다.’, ‘골프는 코스와의 싸움이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등등의 표현을 하는 것을 본다. 골프가 투기 종목도 아닌데 왜 싸움이라는 표현을 쓸까? 골프라는 운동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어쩌다 보니 불가피하게 싸움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이지 결코 골프를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상대 플레이어를 이기기 위해 1타라도 앞서야겠다는 욕심과 코스 속의 장애물과 자연을 극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싸움일수도 있다. 그리고 욕심을 제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취지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골프를 그렇게 투쟁적이고 대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조화롭고 어울린다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투쟁적이고 대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골프는 골퍼들로 하여금 흥분, 불안, 긴장, 갈등의 부정적인 요소를 불러 일으킨다.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마음 속의 갈등을 불러올 것이고, 골프를 상대와의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긴장을 불러올 것이고, 골프를 코스 그리고 자연과의 싸움으로 생각한다면 좌절감만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여기는 순간 내 안에 누군가가 있어 두 개의 자아가 서로 싸우면서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머리 속은 전쟁터로 변한다. 골프는 자신을 억누르는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평온한 마음으로 유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기수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상대 플레이어를 싸움의 대상으로 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나의 골프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침착하게 자신만의 플레이를 하다 보면 실수할 확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려 평소보다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것이 골프다. 상대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는 누가 먼저 조급함과 초조함으로 시동을 거느냐에 따라서 승패는 저절로 판가름 난다. 인내심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느긋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골퍼가 승리를 챙길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투어프로들의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코스와 싸워가며 힘들게 라운드를 하는 골퍼는 결국 코스에 끌려 다니는 라운드를 하게 된다. 벙커란 벙커는 모두 들어가보고, 헤저드를 절대 지나치는 법이 없다. 코스 설계자가 코스를 설계할 때는 여러 가지 눈에 보이는 장애물을 만들지만 반드시 공략할 수 있는 몇 가지의 방법도 함께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무조건 골퍼들을 골탕 먹이려는 차원에서 코스를 설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해 가면서 장애물을 피해 가거나, 코스 설계자에 대한 예의(?)상 넓은 아량으로 장애물에 한 번쯤 걸려 넘어져 주는 것 또한 골프를 즐기는 묘미일 것이다. 코스와 싸워가며 라운드를 하는 골퍼는 공이 벙커에 들어가면 코스 설계자를 욕할지 모르지만, 코스 자체를 즐기면서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하면서 코스와 어우러져 라운드를 하는 골퍼는 벙커에 들어가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자연과 싸워가며 하는 골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자연의 힘 앞에 골퍼는 물론 모든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 투쟁적인 골프를 동적인 운동이라고 한다면, 조화로운 어울림의 골프는 다분히 정적인 운동이다. 그리고 나는 골프를 정적인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게리 플레이어가 골프에서의 인내심은 동양철학을 통해서 배웠다고 하는 것과 그렉 노먼이 참선으로 멘탈을 강화했다는 것, 그리고 PGA 투어 강사이자 심리학 박사인 조셉 패런트는 불교의 선()사상을 통해서 마음의 동요와 경기를 풀어 나가기 위한 정신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골프를 조화와 마음수양이라는 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전 처음 골프를 접해 본 초보골퍼들도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는 마음을 비워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