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좋은 스윙을 만든다

빈스 윙 2011. 9. 3. 08:00

처음에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의 스윙동작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백스윙을 아주 훌륭하게 하면서도 임팩트 순간에 왼팔이 치킨윙이 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심하게 오버스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코킹을 전혀 하지 않고 클럽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내리치는 사람도 있고일일이 골퍼들의 움직임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골퍼들의 스윙동작은 골퍼의 숫자보다 더 많으니까 말이다.

 

골프레슨을 보면 이런 저런 스윙동작을 설명하면서 이게 자연스러운 스윙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레슨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골퍼들의 스윙이 천차만별이듯이 자연스러운 스윙 역시 골퍼마다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골퍼들의 스윙이 천차만별인 것은 골퍼의 성격에 따른 본능적인 부분에 기인 하는 것인데, 본능적인 스윙과 레슨을 받으면서 배운 교과서적인 스윙이 뒤섞이면서 상호충돌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스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억지로 만들려는 스윙에서 잘못된 스윙동작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머리를 고정시키라는 레슨 때문에 상체가 뒤집어지는 동작이 나온다든지, 안 돌아가는 어깨를 돌리려다 보니 상체가 심하게 움직여서 임팩트가 불안정해진다든지, 백스윙을 크게 하기 위해 축이 무너진다든지 하는 문제들은 골퍼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레슨서적에 나오는 프로골퍼들의 스윙틀에 자신의 스윙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스윙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

 

아마추어 골퍼를 교과서적인 스윙이나 프로들이 하는 스윙의 틀에 넣어서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배우는 속도도 아주 느릴 것이다. 골프를 시작한지 2년 만에 꾸준히 80대 타수를 기록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골프를 배운 과정이 흥미롭다. 대부분 골프를 처음 시작하면 그립 잡는 법이나 똑딱이부터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친구는 전혀 다른 레슨을 받았다.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을 때 레슨프로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그립은 그냥 편한 대로 잡으시고, 저처럼 이렇게 클럽을 휘둘러 보세요. 공을 맞힐 필요는 없으니까 공 없이 클럽을 편안하게 휘둘러 보세요. 조금 세게도 휘둘러 보고 천천히도 휘둘러 보면서 제일 편안한 스윙으로 계속 휘둘러 보세요.”

 

그 친구가 생전 처음 잡아보는 클럽을 휘두르고 있는 동안, 레슨프로는 뭔가를 꼼꼼히 적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레슨에서는 풀스윙을 하면서 치명적인 스윙오류에 대해서 하나씩 고쳐나가는 식으로 배웠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레슨프로가 추구했던 교습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골퍼의 성향과 체격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적인 스윙의 틀에서 스윙의 모난 부분을 다듬어 간다는 의도에서 레슨을 한 것이다. 레슨을 하는 관점이 골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골퍼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한 스윙을 기본으로 스윙의 방법과 스윙동작을 저해하는 부분을 위주로 고쳐나가는 교습법인 것이다.

 

그 친구의 스윙은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도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어드레스에서 어깨가 비구선과 평행이 되지도 않고, 백스윙에서는 플라잉 엘보우가 생기지만, 대부분 상체가 발달한 사람이 백스윙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지면으로 향하게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추어 골퍼로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골프를 배운 친구는 자신의 스윙이 발전하는 속도감을 느낄 정도로 빨리 골프를 배우게 되었고 골프(연습)가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발전속도가 빠르니 골프가 재미있었을 것이고, 골프가 재미있으니 연습이나 라운드도 많이 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빠른 시간 내에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레슨에도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는 있지만, 골퍼가 가진 신체적 운동적인 스윙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골프를 배우다 보니 발전속도가 빠른 것이 아닐까 한다. 골퍼의 신체적 운동적 스윙특성을 활용한다는 부분과 골퍼들에게 자연스러운 스윙을 유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레슨프로들이 한번쯤 연구해 볼만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도 골프를 배울 때 왜 똑딱이부터 가르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기존의 똑딱이 교습법이 잘못되었다고 100%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습법은 골퍼가 가진 운동적 신체적 특성은 완전히 무시한 채 골프교과서 1과부터 진도가 나가는 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퍼에 따라서는 처음 골퍼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순서에 관계없이 3과부터 나가도 되고 10과부터 나가도 되는 골퍼가 있을 것이다.

 

사실 골프스윙을 배우면서 안 되는 것은 별로 없다. 어깨회전? 손목로테이션? 체중이동? 모두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골퍼의 몸에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색하던 스윙도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런 스윙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려다 보니 기존에 잘 되던 부분까지 무너져버리는 것과 신체에 과중한 부담을 주어 부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만드는 스윙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남는다.

 

프로들처럼 스윙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자칫 골프가 지루한 운동이 될 수도 있고, 급기야 포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들처럼 스윙 하고픈 마음에 억지로 만드는 스윙을 하면서 좋은 스윙을 기대하는 것 역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럴 바에야 자신의 신체적 운동적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연스러운 스윙으로 골프를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것이 좋은 스윙을 만드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