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골프가 스윙만으로 이루어진 운동인가요?

빈스 윙 2012. 2. 17. 07:30

‘나 요즘 골프 배우고 있어’

저녁을 같이 하자는 나의 전화에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대답이다.

 

‘그래? 그럼 간단하게 저녁 먹고 같이 연습하자’

그렇게 해서 친구가 골프를 배우는 연습장으로 가서 연습도 하고 친구가 골프를 배우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일반적인 레슨이 그렇듯이 작은 스윙에서 큰 스윙으로 그렇게 스윙을 배워가고 있었다.

‘배운지 얼마나 되었는데?

‘한 달 정도 됐어’

‘한 달 정도 되었으면 풀스윙도 하겠네? 언제 스크린 한 번 칠까?

‘아니, 아직까지 1/2스윙 정도만 하고 있어’

‘프로를 만들려고 작정했나. 빨리 빨리 가르쳐서 골프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어야지. 그러다가 지겨워서 골프 포기하겠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어. 큰 맘 먹고 시작했으니 버티고 있지 그렇지 않으면 벌써 그만 두었을 거야’

 

그런 친구를 슬슬 꼬셔서 며칠 후에 스크린골프를 쳤다. 비거리도 보정되고 좌우로 오비가 날 공도 방향이 보정되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정된 비기너 모드가 있었으니 스크린골프를 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와 스크린골프를 치다 보니 ‘이 친구가 과연 골프를 배운 것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스코어를 계산하는 것도 모르고, ‘버디’나 ‘이글’ 이라는 용어도 모르고, 샷을 하는 순서도 모르고,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공을 치는 것 밖에 없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골퍼들이 골프를 배운다고 하는 현실이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렇게 골프를 배웠고, 내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골퍼들도 그렇게 배웠고, 지금 골프를 배운다고 하는 골퍼들도 그렇게 배우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 골프를 배우는 골퍼들의 현실이다.

 

그럼 우리는 과연 골프를 배우고 있거나 골프를 배운 것이 맞을까? 우리가 배운 것은 골프가 아니라 그저 골프스윙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그거지 뭘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시비를 건다고 말하는 골퍼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절대로 별것도 아닌 게 아니다.

 

골프를 배우는 골퍼들이 골프스윙만 배우면서 골프스윙이 골프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프스윙만 완벽하게(?) 잘 하면 골프가 잘 될 것이라는 환상 혹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문제다.

 

 

만약에 골프가 스윙만 잘해서 되는 운동이라면 일년 열두 달 거의 매일같이 연습장에서 땀을 흘려가며 스윙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수 많은 골퍼들은 벌써 골프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야 마땅하지 않느냐 말이다.

 

나의 이러한 생각이 연습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스윙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스윙을 배우는 것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런데 골프 평론가 헨리 롱허스트는 사람들은 연습은 완전함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불완전함을 고착시킬 뿐이다.”라고 했다. 스윙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골프를 잘하기 어렵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원래 헨리 롱허스트는 역설적인 골프 평론으로 유명하다.)

 

초보골퍼들의 스윙을 보면 의외로 골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편견 그리고 오해 때문에 생기는 스윙동작들이 많이 있다. 그런 골퍼들에게 스윙의 원리를 먼저 가르친다면 많은 부분의 스윙동작은 그냥 저절로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골프레슨을 보면 골퍼의 생각은 북쪽으로 가고 있는데, 스윙동작은 남쪽으로 가라고 가르치니, 골퍼의 스윙동작이 남쪽으로 갈 수 없는 형국이 되고, 골퍼들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골프가 스윙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웬만한 골퍼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골프를 배우러 가면 오직 스윙만 배운다. 스윙궤도에 대한 설명을 비롯한 스윙의 원리나 골프클럽의 구성이나 생김새 그리고 용도에 대한 설명이나 자신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이나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한 것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골프게임의 70% 혹은 90%가 멘탈이라고 말하지만 멘탈에 대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골프를 즐기라고는 말하지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곳은 없다. 스윙을 하면서 힘을 빼라고 말하지만 힘을 빼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도 없다.

 

아마추어 고수나 클럽 챔피언을 지낸 골퍼들의 스윙을 보면 스윙이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딘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마추어로서 골프깨나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경지에 올라있다. 이것은 골프스윙이 골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일수도 있다.

 

그들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스윙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어라 스윙만 교정하면서 세월을 흘려 보낼 것이 아니라 스윙은 조금 엉성해도 골퍼에게 맞는 스윙을 찾아서 자신 있게 스윙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골프가 스윙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스윙만 배워서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스윙 외적인 요소에도 눈을 돌려서 골퍼 스스로가 왜 골프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골퍼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골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