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빈스윙 칼럼

보기플레이어에게 '파'는 '버디'나 마찬가지

빈스 윙 2012. 7. 26. 07:30

내 글을 즐겨 읽으시는 고수님들이 오늘의 제목을 보고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파’가 ‘파’지 어떻게 ‘파’를 ‘버디’로 영전(?)시키냐고 말이다

 

물론 보기플레이어에게도 '' '', 때로는 버디도 노려야 하지만, 나는 평소에 백돌이 골퍼나 90대 타수를 치는 골퍼들의 ‘파’는 프로들의 ‘버디’에 버금가는 성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일단 프로들의 기준을 72타로 보고, 백돌이나 90대 타수를 치는 골퍼들의 라운드 기준을 90타로 본다면, 프로선수들이 버디를 하는 숫자와 백돌이나 90대 타수를 치는 골퍼가 파를 하는 숫자가 비슷하지 않을까

 

100타 내외를 쳤던 시절의 내 스코어카드를 보니, 그 당시 한 라운드에 파를 한 것이 1~3개 정도니 프로선수들의 버디 숫자만큼도 안 될 수도 있겠다. 최근에 90타 내외를 치면서 기록한 파는 4~7개 정도이니 이 정도면 최소한 프로선수들의 버디 숫자만큼은 될 것 같다. 대회마다 다르겠지만 프로선수들이 매 라운드 4~7개의 버디를 잡는다면 거의 우승권 아닐까?

 

그건 그렇고 내가 ‘파’를 ‘버디’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멘탈적인 측면도 있고, 성취감이라는 목표실현의 측면도 있다.

 

내가 생각하듯이 ‘파’가 ‘버디’면 ‘보기’는 ‘파’가 된다. 그렇게 ‘보기’만 하면 그것이 나에게는 ‘파’라는 생각으로 플레이 한다고 가정하면, 심적으로 라운드 하기가 아주 편해진다. 사실 여기서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3 2퍼트의 전략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보기를 하기 위한 일반적인 전략이 3 2퍼트이다. (‘보기를 하기 위한이라는 표현이 보기를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반드시 그런 의도만은 아니다.) 그리고 비거리가 짧은 나에게도 3번 만에 그린에 올린다고 생각하면 무리한 샷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아마추어 골퍼가 파4홀을 기준으로 세 번 만에 그린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긴 골프장은 없을 것이다. 사실 방향성의 문제와 클럽선택 등의 문제로 초보골퍼들에게는 3번 만에 그린에 올리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2번 만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멘탈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2온을 해야겠다고 혹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티샷을 하는 초보골퍼들의 마음은 어떻게 해서든지 공을 멀리 보내놓고 보자는 마음이 앞선다. 그런 마음에서 힘만 잔뜩 들어간 스윙이 나오고 스윙궤도가 무너지고 하는 것은 아닐까

 

반면 3온만 하자고 생각하면 티샷을 멀리 보낼 필요가 없어진다. 그저 세컨샷을 하기 좋은 곳으로 공을 보내는데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편하게 친 샷이 오히려 더 멀리 나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티샷을 2온을 할 수 있는 거리까지 보내게 된다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어차피 3온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온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초보골퍼를 긴장하게 하여 경직된 스윙이 나오게 하고,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다가 미스샷이 나와 2온에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 등은 초보골퍼들의 게임리듬을 잃게 만드는 것은 물론 멘붕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350미터 내외의 파4홀은 그냥 3온만 하자고 편하게 마음을 먹는다. 그러다 보면 3 2퍼트로 보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2온이 되거나 3 1퍼트로 파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300미터 내외의 짧은 파4홀에서는 2온을 해야 하는 홀이라는 강박관념이 심하게 든다. 그리고 버디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항상 라운드를 마치고 복기를 해 보면, 300미터 내외의 짧은 홀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다. 그리고 그 홀을 분석해 보면 스코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미스샷을 동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마음에서 찾고 싶다. 3온만 하자고 생각한 홀에서는 못해도 보기, 잘하면 파가 나오는데, 2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홀에서는 오히려 잘해야 보기, 못하면 더블보기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가까운 예로 어제 올린 라운드 복기 (골프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라운드 복기 - http://blog.daum.net/beanswing/790)를 보면 4번 홀과 6번 홀은 300미터가 조금 넘는 파4홀로 객관적으로 충분히 2온이 가능한 홀임에도 티샷을 실수하고 세컨샷을 벙커에 빠뜨리는 등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경향이 크다

 

이런 결과를 나는 마음의 동요 혹은 과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사실 300미터 내외 파4홀에서 3온만 하자는 마음을 먹기가 쉽지는 않다. 아마도 내가 거리가 좀 나간다면 나의 마음을 유혹하는 거리는 330미터 혹은 350미터로 늘어날 것이다

 

거의 매번 짧은 파4홀에서 결과가 좋지 않지만 마치 불나방이 자기 몸이 타는 것도 모른 체 계속 불을 향해 들려들 듯이, 짧은 파4홀만 만나면 나도 모르게 버디 한 번 노려볼까 혹은 잘 하면 버디도 할 수 있는 홀이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 결과는 거의 항상 좋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한 가지 내가 ‘파’를 ‘버디’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성취감이다. 나의 경우 어차피 진짜 ‘버디’는 한 라운드를 돌면서 한번도 나오지 않거나 많아야 2개다. 그렇게 자주 나오지 않는 것이 버디이기에 버디를 했을 때의 기분은 수시로 버디를 하는 골퍼보다 초보골퍼에게 더 짜릿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보기’만 하자고 생각하면서 부담 없이 스윙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면 뜻밖의(?) 수확을 건지게 되는 일이 많다. 그 수확은 바로 ‘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기)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최소한 그것은 나에게 ‘버디’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파를 하려고 했다가 보기를 하면 그것이 크던 작던 좌절감을 느끼게 되지만, 보기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파를 잡게 되면 왠지 기분도 업 되면서 정말 골프 할 맛 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는 이러한 성취감이 골프 라운드를 하는데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거리가 충분히 나서 2온을 하는데 심적인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골퍼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나름대로의 또 다른 전략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거리부담으로 2온이 버거운 골퍼라면 아예 편안하게 3온만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내가 이렇게 해보니 좋다고 해서 이런 방법이 거리부담을 가진 모든 초보골퍼에게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거리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는 초보골퍼가 있다면 아예 거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3온만 하자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보았다.